[아츠앤컬쳐]
| 스페인 갈리시아지방의 도시로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중세 3대 순례지 중 하나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이름은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성 야곱(Santiago)’과 ‘별의 들판(campus stellae)’의 합성어다. 일찍이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사도 야곱의 유해를 한 기독교도가 몰래 수습하여 스페인까지 가져와 은밀한 곳에 매장했는데 7세기경 한 수도사가 별들의 무리에 이끌려 따라 가보니 그곳에 야곱의 유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그곳에 교회를 세워 현재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
주차를 마치고 다시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이미 한번을 지나온 곳인데도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산티아고의 길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몇백 킬로미터에서 몇천 킬로미터까지 걸어오게 하는 힘이 있다. 비행기와 열차, 자동차와 버스가 버젓이 다니는 21세기에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가다니! 어쩌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이유를 찾고자 걷고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자신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하여 평생 질문하고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도 그렇고 말이다.
대성당 안은 순례자들과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잠시 앉아 있다가 너무 정신이 없어 다시 광장이 있는 계단으로 나와 순례자들처럼 자리에 앉았다. 순례자들은 계속해서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새하얀 백인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발갛게 익은 모습이었다. 걸음걸이 역시 한결같이 지쳐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착한 감격에 겨운 표정들은 당장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러다가 주변의 순례자와 눈이 마주치기면 서로 끌어안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칭찬한다.
우리는 순례길을 모두 걷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만은 그들과 같은 마음과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웃고 눈물지었다. 순례자들은 지금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려는 듯 쉽사리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다. 우리도 아쉬운 마음에 계단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계단에 흩어 앉아 순례자처럼 찍은 이상한 단체사진 한 장을 남기고 나서야 점심식사를 하러 몸을 일으켰다.
순례자들은 이제 가슴속에 켜진 자신만의 빛을 소중히 간직한 채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고 가끔은 이 길을 그리워하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빛을 밝히며 살아갈 것이다. 별들의 들판이란 뜻의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 이곳을 걷고 이곳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마음이 별처럼 세상의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의 별도 작으나마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대성당의 그 광장과 계단을 돌아봤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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