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아트페어 현장에 가다
[아츠앤컬쳐] 네덜란드 남쪽 끝단의 작은 도시인 마스트리트(Maastricht)는 매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예술품 컬렉터와 애호가들로 그 열기가 뜨겁다. 전세 비행기를 대동해서 오는 소위 큰 손 컬렉터들과 그들을 겨냥한 고가의 미술품들이 고미술, 근현대미술을 비롯하여 그리스, 이집트 유품, 중국도자기, 앤틱가구 등이 호화롭게 전시되는 페어이다. 올해는 21개국에서 총 273개의 갤러리와 앤틱상들이 참가하였다. 그중 85%가 해외의 거상들이며, 한국 갤러리로는 가나아트와 국제/티나 킴 갤러리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참가하여 국내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스트리트는 네덜란드 남쪽 끝단에 위치한 인구 20만가량의 도시이다. 물론, 우리 기준으로는 아주 작은 소도시이지만, 네덜란드 기준으로 하면 꽤 규모 있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높은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며, 유럽에서도 역사가 오랜 도시 중 하나이다. 마스트리트는 대학교 학생들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그 외에 은퇴한 노인들이 또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의 교환학생들 숫자도 매우 많아 대학에서는 모든 강의가 영어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마스트리트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벨기에, 독일과 인접한 국경 지대이며,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도시라는 점이다. 현 테파프전의 기원은 1975년에 2년에 한 번 열리는 소규모 아트페어로 시작하였다. 설립 당시에는 28개의 국내외 딜러들이 참가하였으며 서양의 고미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2회로 열린 1978년에는 고서적과 앤틱상인들도 동참하여 총 42개의 상인들이 참가하였다.
그리고 약 10년이 지나서는 유럽 아트페어로 거듭나며 1988년에 현 전시장인 MECC을 건립하였다. 그때만 해도 총 참가 딜러가 100개가 넘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90년대 초반에 오뜨 쥬얼리 파트가 생겨나고, 방문자 수도 부쩍 늘어서 90년대 중반에는 60,000명이 넘었다. 기록을 보면 1990년에 반 고흐의 작품이 4점 출품되었고, 1996년에는 렘브란트의 <젊은이의 초상>이 4천8백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그해에 현재의 페어 명인 《테파프(TEFAF)》로 정정되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테파프》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수년째 현존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도 렘브란트의 작품이 출품되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개막 첫날에도 수많은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모여서 이를 선보인 파리 소재 갤러리스트인 탈라바르동 고티에의 행복한 탄성을 자아냈다. “제가 다른 걸작들도 함께 선보이는데, 왜 유독 렘브란트 앞에서 멈춰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렘브란트 작품은 미국의 작은 경매시장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대형 경매회사가 아닌 뉴저지의 작은 경매회사에서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감정이 된 것을 발굴해내었다고 하니, 고미술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테파프는 피카소, 고갱, 마티스처럼 너무나 유명한 작가들의 걸작이 아직도 거래되는 곳이다. 대부분의 거장의 걸작들이 미술관에 소장이 되어서 거의 유통이 되지 않고 소작들만 주로 거래되는 현실이지만, 테파프에서라면 박물관에서나 봄직한 매스터피스(Masterpiece)를 구입할 수 있으니, 컬렉터들에게 결코 놓칠 수 없는 전시회이다.
한편, 튤립의 나라답게 전시회장은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전시회장의 품격을 더했다. 벽면 전체에 시험관 형태의 꽃병을 매달아서 꽃벽을 만들고 갤러리들도 전시장을 네덜란드 꽃으로 장식하여 고객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기념사진을 잘 찍지 않는 유럽인들도 꽃 앞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