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2년 루이 뷔통의 쇼윈도우가 시뻘건 땡땡이로 물들여져 그 앞을 그냥 지나쳐갈 수 없게 시선을 잡았었다. 다름 아닌 일본의 전설적인 여류화가 야요이 쿠사마가 루이 뷔통과 콜라보레이션 작으로 야심차게 세계 시장 점령에 깃발을 힘차게 올렸던 때다.
그뿐인가? 2003년 루이 뷔통사는 일본의 팝아티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이 높은 타카시 무라카미와 협업하여 프랑스의 장인 정신을 담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루이 뷔통 브랜드에 젊은 새바람을 일으켰다.
과거 가죽 색상과 단조로운 색상의 가죽제품을 선보였던 뷔통 브랜드는 무라카미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색상은 물론, 신선하고 깜찍한 새로운 느낌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무라카미와 아트디렉터인 마크 제이콥스와의 오랜 인연은 2003년부터 최근 2015년까지 10년이 넘게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선보였다.
이른바 ‘아트 마케팅’, ‘아케팅 (Artketing)’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상 패션, 건축, 디자인, 아트 등 문화의 범주를 정확한 경계선으로 가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생활범주의 다양한 감각과 트랜드를 합쳐서 영미권에서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이란 표현을 쓴다면 프랑스어로는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라 하여 번역하면 ‘삶의 예술’이라고 일컫는다. 이처럼 우리 삶의 보이는 곳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미 예술은 깊이 침투해 있다. 그중에서 패션과 아트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패션 디자이너는 끝없는 창작에 대한 고민으로 늘 새로운 영감의 원인을 찾고자 수도 없이 읽고, 보고, 경험하는 성향이 있다. 상당수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아트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미술이 의상에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확연히 겉으로 드러내어 공동작업을 한 예가 전반에 다룬 루이 뷔통과 아티스트의 경우이다.
이는 마치 최근 10여 년 사이에 활발하게 돌아가는 마케팅의 새로운 경향처럼 종종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00년이 넘는다. 물론, 근거 자료를 통해 명확히 다루지 못하는 수 세기에 걸친 역사일 것이다.
1910년대 이미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폴 푸와레(Paul Poiret)가 프랑스 화가인 라울 뒤피(Raoul Dufy)와 합작으로 새로운 모티브를 선보였다. 노르망디 항구도시 르 아브르 출신의 뒤피는 작품 속에 자주 담았다. 마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강렬한 색상과 두꺼운 검은 윤곽선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뒤피의 모티브로 탄생한 푸와레 코트는 2014년에 마크 제이콥스에서 재해석하여 선보여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1930년대에는 이탈리아 패션디자이너인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가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와 공동작품을 선보였다. 참고로, 1930년대 파리 방돔 광장은 하이 패션의 중심지였다. 이곳 21번지에는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아틀리에가 있었고 광장과 연결된 캉봉 거리에는 마드무아젤 샤넬의 메종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손꼽혔던 이 둘은 각각 극단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샤넬이 단아하면서도 여성적인 우아함을 추구했다면, 스키아파렐리는 과감하고 실험적이며 예술적이었다. 그녀는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를 드레스에 그려 넣는가 하면, 그와 함께 구두 모양의 모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콜라보레이션보다 가장 역사적인 작품은 바로 프랑스 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과 네덜란드 화가인 몬드리안의 만남이다. 그들이 1965년 발표한 몬드리안 드레스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현재까지도 그 명성이 ‘몬드리안 룩’으로 이뤄져 오고 있다.
참고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최소한의 색으로만 구성된 추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흔히 ‘차가운 추상’의 대표화가로 일컫는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 화제를 모은 콜라보레이션으로는 영국의 패션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와 미국의 스트리트 아트 화가인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마녀 시리즈를 들 수 있다. 1983년, 1984년 마녀(Witches) 콜렉션을 선보였다. 힙합적인 성향이 강하며, 웨스트우드 특유의 실루엣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영국 작가인 다미앙 허스트와 리바이스, 프랑스 개념미술가인 다니엘 뷔렌과 루이 뷔통의 협업이 성공사례로 남는다. 이처럼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아이디어와 손을 통해 탄생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패션은 물론, 자동차, 주류, 비행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협업 프로젝트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글 | 이화행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