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체코 프라하는 블타바 강 유역에 있다. 9세기부터 세워진 건축물 유산이 풍부한 도시로 작은 정착촌들에서 비롯되었으며, 점차 확장되어 지금은 체코의 경제를 주도하는 도시가 되었다. 강의 동쪽 기슭은 주로 12세기에 조성된 구시가지와 14세기의 신시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구역 모두에 역사적 기념물들과 교회들이 많이 있다. 특히 노베메스트의 건축물들로 인해 프라하는 ‘100개의 뾰족탑을 가진 도시’로 묘사되기도 한다. 10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진 스바티이르지교회를 비롯하여 고딕 양식의 성 비투스대성당과 틴 교회, 바로크 양식의 발트슈테인 궁과 츨람갈라스 궁, 로코코 양식의 골스킨스키 궁, 고전주의 양식의 베드르지흐스메타나 박물관과 벨베데레 궁, 신고전주의 양식의 국립박물관과 국립극장 등에 이르기까지 프라하에는 갖가지 양식으로 세워진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다.
삶과 죽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그러나 사는 동안은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마치 공기가 온 세상을 채우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듯 말이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앞에서 요란스럽게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 유명 핫도그 가게 앞에 늘어선 사람들, 물건을 팔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장을 보러 가는 노부부의 일상에 끼어 골목을 내내 걷다가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친구의 부음을 알리는 황망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작별 인사도 없이 기나긴 여행을 떠난 친구와 진짜 여행을 떠나와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도 못하게 된 나. 우리들의 생은 왜 늘 엇갈림의 연속인 것인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낯선 거리에서 그날 나는 내내 혼자 울었다. 피곤하다며 먼저 숙소로 돌아간 동행이 곁에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여행의 동행자에게 친구의 이야기를 하며 그 앞에서 울고 위로받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길을 걷고 하루 종일 줄만 서서 기다려야 했다. 무하의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 앞에서 줄을 서고, 마리오네뜨 인형극과 박물관을 보기 위해 2시간 이상을 또 줄 서서 기다렸다. 카를교를 비롯한 수많은 다리와 대성당, 프라하 궁전을 돌아보고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또 길을 걸었다. 그리고 다리가 아파 어느 벤치에 앉아 멍하게 있다 보니 내가 간절히 꿈꾸며 보고 싶어 했던 것들인데, 여행 일정을 하나씩 채워가는 게 모두 숙제처럼 느껴졌다. 엄마에게 혼나가며 의무적으로 겨우겨우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이게 아닌데… 여행도 일상과 같아서, 가끔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친구의 부음 때문인지 여행의 여정에 지친 탓인지 알지 못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다리와 전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내리 쬐는 해질녘 햇살이 눈부셨다. 그리고는 오늘 바라본 순간 중 가장 평범한 순간이 만드는 최고의 아름다움에 괜히 울컥했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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