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스페인 시골청년 네모리노는 미모의 아디나를 사랑한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사랑을 눈치채지만 돈 없는 네모리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동네에 나타난 약장수 둘카마라는 자기가 만든 사랑의 묘약(사실은 와인)을 사 먹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사기를 친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던 순진한 네모리노는 와인을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사 먹는데… 한 병을 다 마셔도 효과가 안 나타나자 더 사 먹으려고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돈이 없어 고민을 한다. 그러다 군대에 가게 되면 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지원서에 서명을 하고 미리 돈을 받아서 와인 한 병을 더 산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숙부가 죽게 되고 네모리노에게 막대한 유산이 돌아간다는 소문이 돌자 마을 아가씨들이 추파를 던지기 시작한다. 영문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약효가 나타난다고 좋아하는데… 큰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는 걸 알게 된 아디나 역시 네모리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오페라에서는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걸로 보여주지만…)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년)가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의 대본을 바탕으로 작곡한 2막짜리 코믹 오페라로 1832년 5월 12일 밀라노의 카노비아나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 2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는 도니제티가 단 2주일 만에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2막에서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너무나 유명한 아리아이다. 4월 5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려진 도니제티(G. 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 로마오페라극장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왔는데 제작비를 절감한 무대세트와 무대의상이 단순하면서도 모던해서 볼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연출에 있어서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잘 전해주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왔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성악가 네모리노 역의 테너 카탈도 카푸토(Cataldo Caputo)는 다이나믹한 소리로 고음역까지 잘 소화했는데 소리가 무거운 편이라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에서 느낄 수 있는 감미로움은 덜했다. 벨꼬레 역의 바리톤 카르미네 모나코(Carmine Monaco)와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바리톤 마테오 다폴리토(Matteo D’apolito) 그리고 쟌네타 역의 소프라노 미켈라 델라 비스타(Michela Della Vista) 등 이탈리아 성악가들은 최정상급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노래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여주인공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김희정은 최근 크고 작은 무대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맡은 역할이 적절했고 연기력을 겸비한 매우 흡인력 있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실제 오페라의 내용은 와인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 팔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해피엔딩 스토리인데, 이번 솔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보면서 연출자 안토니오 페트리스(Antonio Petris)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묘약’은 ‘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남자들은 미녀를 좋아하고 미녀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통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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