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서른 즈음에”

JTBC <히든 싱어 2> 방송프로그램에서 1996년에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을 다룬 방송을 보며 그의 노래에 흠뻑 빠져들었다. 모창으로 함께한 출연자들의 노래 역시 감동을 주었다. 방송을 시청하면서 대구에 조성된 ‘김광석 거리’를 문득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2014년 1월이 중순으로 접어든 17일 아침 8시, 동대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10여 년 만에 찾아온 대구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진골목’이라 불리는 골목길에 자리한 오래된 ‘미도 다방’을 찾아 서울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옛날 쌍화차(달걀노른자를 띄운)를 한잔 마시고 김광석 거리를 찾았다.

대구 시내를 흐르는 신천과 방천시장 사이에 자리한 골목길은 예전에는 청소년 우범지역으로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의 통행이 뜸했는데, 대봉동 주민들의 요청으로 문화예술거리가 만들어졌고 이곳 대봉동에서 태어난 가수 김광석의 이름을 따서 거리를 조성한 뒤로는 하루종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골목길 담벼락을 장식한 수많은 벽화들과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는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대단함을 보여준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대구 시내 중심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1960년대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대봉동 문화예술마을 이미지 속에서 고인이 된 김광석의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서 일찍 서울로 이주한 김광석은 담백하고 진솔하면서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가슴을 파고드는 슬픔이 진하게 묻어나는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른 가수들이 불러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노래들도 그가 부르면 감동을 주었고 인기가 치솟았다. 노래처럼 될까 봐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부르기 싫어했던 김광석은 한참 전성기를 누리던 서른셋의 나이에 이 노래를 부르고 세상과 이별을 했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가 부른 노래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고 18년이 지난 지금도 김광석을 그리워하고 그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대구방문에서 대봉동의 문화예술인들 중 ‘김광석 거리’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건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대봉동 문화예술 마을을 움직이고 있는 정훈교 시인, 김광석 동상을 제작한 손영복 조각가, Art Factory ‘청춘’의 김중화 대표와 김유림 공연사업부실장, 김숭열 사진작가 그리고 영남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이현 교수와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대구 문화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함께 동행해주신 사진작가 신성균 교수께 감사를 드린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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