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가르니에 국립오페라 (Opéra Garnier National de Paris)

Michaela Kaune (Die Gräfin) © Opéra national de Paris/ Elisa Haberer
Michaela Kaune (Die Gräfin) © Opéra national de Paris/ Elisa Haberer

 

[아츠앤컬쳐] 파리 가르니에 국립오페라(Opéra Garnier National de Paris)의 2012년 가을 프로그램으로 후기 낭만파 음악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카프리치오(Capriccio)’를 무대에 선보였다. 오페라의 본질을 다룬 철학적인 성격이 다분한 작품이다.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대본으로, 사랑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유머와 위트를 가미하여 풀어낸 걸작이다. 이번 가르니에 공연의 지휘는 취리히 태생의 필립 조르당(Philippe Jordan)이 연출에는 캐나다 출신의 로버트 칼슨(Robert Carlson)이 맡았다.

‘카프리치오(Capriccio)’라는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머, 변덕, 또는 고집의 의미로 현대 이탈리아에서 통용되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고어 표현에 따르면, 특별한 영감, 이상한 영감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었다. 아마도 1940년대 초에 슈트라우스와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Krauss, 1893~1954)가 함께 작업할 당시에는 후자의 의미를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된다. 서른 살 이상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우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Olivier : Prima le parole - dopo la musica ! (언어가 우선이다. 그 후에 음악이다!)
Flamand : Prima la musica – e- dopo le parole ! (음악이 먼저이다. 그 후에 언어다!)
실은 이 작품에 대하여 처음 거론한 사람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이다. 20세기 최고의 전기작가로 알려진 그는 유대인 태생이라는 이유로 나치를 피해 망명 중이었다. 츠바이크의 생각을 조제프 그레고르가 대필한 것이 모태가 되어,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총망라하여 작업한 오늘의 카프리치오가 완성된 것이다.

2차대전 중 창작된 이 극의 배경은 18세기 말 파리 근교에 있는 마들렌느 백작부인의 성이다. 백작부인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모인 자리에서 오페라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삼각구도는 마들렌느 백작부인을 중심으로, 시인 올리비에와 뮤지션인 플라망이 상반된 성격의 인물로 설정되었다.

한편, 연출자 로버트 칼슨은 이러한 공간적 배경의 장소로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을 선정하였다. ‘오페라 속의 오페라’인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칼슨은 ‘작품 속의 작품’으로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표현하고자,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의 무대 위에 가르니에 극장의 내부를 무대 미술로 재현하였다. 마치 거울과 거울을 마주 보게 하면 그 안의 수많은 잔상이 꼬리를 물고 배열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칼슨은 무대 위에 대형 거울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의 능동적 관람을 간접적으로 유도하였다. 이처럼 작품을 프레임 안의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프랑스어로 ‘미쟝아빔(Mise en abyme)’이라고 한다.

백작부인의 역에는 소프라노 미할레 카우네(Michaela Kaune)가 플라망은 테너 조제프 카이져(Joseph Kaiser)가 올리비에는 바리톤 아드리안 에로드(Adrian Eröd)가 열연하였다. 미할레 카우네는 독일 함부르크 태생으로 바이로이트와 잘츠부르크 무대를 석권하였지만, 프랑스 무대에는 덜 알려져 있는 편이라며 현지 언론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녀의 파리 국립오페라 연주는 1999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역에 이어 10여 년 만에 두 번째이다.

한편 슈트라우스 이전에 수많은 현학들이 오페라의 본질인 음악과 문학의 비중에 대하여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1775년에 ‘오르페오와 에우레디체’의 작곡가인 글루크(Gluck)에 관한 평론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언어를 노래하게 하고, 음악을 말로 표현할 때까지 해결하고 규정지어야 할 수많은 과정들은 그 자체만으로 위대하고 아름답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