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지붕으로도 연결되는 완만한 경사의 램프
바다와 지붕으로도 연결되는 완만한 경사의 램프

 

[아츠앤컬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바다와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인 수수하면서도 조용한 도시이다. 오슬로의 하늘은 맑다가도 갑자기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버리기도 한다. 검은 구름 사이를 뚫고 한 줄기의 햇빛이 바다 위에 떨어지자, 하얀색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검은 하늘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오슬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륜 있는 도시이지만 항만 지역에는 옛 건물보다는 20세기 이후에 세워진 건축물들이 주축을 이룬다. 특히 21세기를 맞으면서 항만 지역은 대대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섬세한 디자인의 현대건축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가 바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이다.

그런데 유럽에서 노르웨이는 ‘오페라’와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나라이다. 사실 노르웨이는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과 같은 나라들과는 달리 오페라의 전통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 그리그(E. Grieg)도 오페라라고는 한 편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슬로에서는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기를 엿볼 수 있다. 매년 10월에 3주에 걸쳐 수준 높은 오슬로 오페라 페스티벌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오슬로 콘서트홀, 오슬로 국립극장 등 시내 여러 곳에서 개최되니 말이다.

빙산이 육지에 얹혀있는 모습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빙산이 육지에 얹혀있는 모습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원은 1999년으로 올라간다. 노르웨이 정부는 오슬로를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도시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만방에 보여주려는 듯 오페라하우스 건립 국제공모전을 열었는데 약 350개의 응모작 중에서 스뇌헤타의 설계안이 선정되었다. 스뇌헤타는 노르웨이의 국제적인 건축설계회사로, 이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등을 설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다(현재 공사 중인 부산 오페라하우스도 설계했다). 이리하여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2003년에 착공, 2007년에 완공되었고, 2008년 4월 12일 성대한 갈라 오프닝이 있은 후 첫해에만 13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그 후에는 오슬로의 명소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얀색의 이탈리아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마감된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은 햇빛이 밝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저녁이나 밤이나, 눈 덮인 겨울날 등,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미묘한 느낌을 던져 준다. 강렬한 사선으로 처리된 면들이 매우 인상적인 이 오페라하우스는 마치 바다에서 솟은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거리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서 떠다니던 빙산이 육지에 얹혀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북유럽 특유의 산뜻한 디자인의 로비 공간
북유럽 특유의 산뜻한 디자인의 로비 공간

오페라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다소 평범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것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디자인했음을 알게 된다. 즉 안에는 엄청난 로비 공간이 펼쳐지고, 높이가 자그마치 15m가 되는 창문을 통해 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또 로비 공간 안쪽에는 물결치는 듯한 형태의 벽이 펼쳐지는데, 모두 목재로 마감되어 있어서 외부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대리석 및 유리 표면과 대비하여 따스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오페라하우스는 사람들을 완만한 경사의 긴 램프를 따라 지붕 위로 한번 걸어 가보고 싶도록 유도한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올라가지 말 것’, ‘들어오지 말 것’이라는 같은 경고문구와 자주 접하게 되지만, 이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히려 ‘(지붕 위로) 올라가 보세요’, ‘들어와 보세요’ 등과 같은 초대 문구가 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 사람들도 이 문화의 전당 건물 자체를 먼저 자연스레 즐겁게 체험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이곳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은 이런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요즘은 코로나 감염병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별로 느낄 수 없겠지만.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외에도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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