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coln_assassination_slide_c1900_-_Rest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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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22대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총선이 끝났는데도 대한민국은 아직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하다. 극한 정치 대립이 언제부터인지 국가의 좌우 스트레스 대리전으로 양보 없는 비난의 화살을 반대 진영에 쏟아부은 소모전이 끝나면 조용하려나 했는데 연일 뉴스 정치면은 소란스럽다. 걱정되는 것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비난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행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테러, 전쟁, 암살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되돌아보면서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보복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타이완과 중국 사이에서도 전쟁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무뎌져서 그렇지,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다.

186534일 워싱턴 D.C의 국회 의사당에서 미합중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두 번째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취임식 기념하는 오페라가 올라갔는데 플루토(Friedrich von Flotow)라는 독일 출신 작곡가의 발레 음악을 각색한 코믹 오페라 마르타(18471125일 빈 초연)가 올라갔다. 160년 전 당시 미국 남북전쟁 상태였는데도 대통령 취임식 기념 오페라가 올라갔다는 것만 봐도 이 오페라의 국제적 명성이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임기를 이렇게 시작한 링컨은 남북전쟁을 마친 며칠 후인 414일 안타깝게도 워싱턴에 있는 포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라는 배우에 의해 연극 우리 미국인 사촌을 보던 중 암살당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1861412~186549)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갈등 속에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의 시름을 달래줄 코믹한 연극과 오페라가 선호되었던 것 같다. 링컨 역시 어깨에 짊어진 어마어마한 무게를 잠시나마 잊기 위해 웃고 즐기는 연극 관람 중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서 불꽃처럼 사라졌다.

링컨 암살을 계획한 부스는 며칠 전 링컨의 흑인참정권 도입 연설을 군중 속에서 들으며 링컨의 암살을 계획했다. 이유는 백인우월주의도 있었지만, 공식적인 명분은 링컨에게 부여된 계엄령과 흡사한 재판 없는 즉결 체포권 때문이었다. 부스는 미국의 공화정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느꼈다. 마치 로마의 공화정이 줄리어스 시저라는 독재자에 의해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카시우스와 브루투스의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말이다.

그는 배우였기에 자유롭게 포드 극장을 드나들었고 그날도 자신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찾아가는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극장에 들어가 링컨이 있던 대통령석문을 열고 들어가 링컨의 머리에 총을 쐈다. 바로 대통령 좌석에서 무대로 뛰어들어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며 외쳤다고 알려진 ‘Sic semper tyrannis(독재자는 언제나 이렇게 될 것이다)’를 외쳤다.

Ford Theatre, View from beneath the balcony. The Presidential Box is on the right. www.en.wikipedia.org
Ford Theatre, View from beneath the balcony. The Presidential Box is on the right. www.en.wikipedia.org

이 사건을 재연하기 위한 드라마 맨헌트(2024)’ 애플TV 시리즈에 암살 장면을 암살 현장이었던 포드 극장에서 촬영이 기획되었으나 극장은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을 이유로 들어 난감해했고 결국 세트장에서 최대한 포드 극장과 비슷하게 연출한 뒤 촬영되었다 한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Inferno)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아래층 사탄의 입속에서 울부짖고 있는 세 사람이 가룟 유다 그리고 시저를 배반한 카시우스와 브루투스다. 이처럼 배신의 아이콘으로만 알고 있던 브루투스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암살 시도는 대중을 끝없는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비극이다. 이 기록은 문서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중 콘텐츠로도 만들어진다.

오페라에 나오는 오페라 암살 사건의 대표적 예는 스톡홀름 오페라 하우스에서 벌어진 구스타프 3세 국왕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베르디 작곡 가면무도회’(로마 초연, 1859217). 이 오페라는 국왕이 무대에서 죽는 것이 불경하다는 이유로 미국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각색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영화 킬러들의 수다(2001, 장진 감독)를 통해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코믹한 감성을 담아 다뤘는데 오페라극장 장면이 나온다. 극 중 등장하는 연극 작품은 햄릿의 마지막 장면인데 햄릿 역할의 배우를 청부 살인하는 이야기다. 예술의전당을 배경으로 자동차 폭발 장면, 대기실 추격 장면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연출이 뛰어났는데 아쉽게도 그 장면은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 내부는 아니었다. 요즘 같았으면 CG 처리가 가능했을 텐데 아쉬운 장면이다.

미션 임파서블5, 빈 슈타츠오퍼
미션 임파서블5, 빈 슈타츠오퍼

이에 비해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션 임파서블5(2015,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에 등장하는 오스트리아 총리 저격 사건 장면은 실제 빈 슈타츠오퍼에서 촬영되었다. 선택된 작품도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테너의 아리아에 음악에 영화의 진행이 맞춰진다. 기억에 남을 어마어마한 장면이었다.

또한 대부 3(1990,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서 시칠리아 마피아들의 마지막 암살 장면들이 나오는데 배경이 시칠리아 마시모 오페라 하우스다. 극장에 울려 퍼지는 곡은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고 시칠리아 시골 섬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치정사건을 비극적으로 다룬 오페라다. 바티칸과 오페라 하우스에서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암살 테러가 아름다운 오페라의 선율 아래 연출되어 명장면을 연출했다.

만화 명탐정 김전일 시리즈 중 소제목에 오페라극장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도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스릴러에 장르의 뮤지컬이다.

오페라가 한물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왜 이렇게 오페라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오페라가 다른 장르에 비해 갖는 무게감은 아직도 대중 사이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은 콘텐츠가 분명하다. 지금은 공연 입장권 판매 외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잘 연구해 미래 관객 개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을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글 | 신금호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www.mcultu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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