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포트레스힐에 있던 인베이더(Invader) 의 작품(hong kong Pooey) / 출처 : https://www.scmp.com
지금은 없어진 포트레스힐에 있던 인베이더(Invader) 의 작품(hong kong Pooey) / 출처 : https://www.scmp.com

[아츠앤컬쳐] 홍콩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 아트바젤 홍콩, 전 세계 유수 대형 갤러리들의 밀집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예술 거리 조성 등으로 세계 속의 예술 도시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수준 높은 예술 장려 문화 속에서 눈여겨볼 분야 중 하나는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로, 최근 그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홍콩의 스트리트 아트는 런던의 뱅크시(Banksy)나 파리의 인베이더(Invader)가 게릴라형식으로 해왔던 그래피티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Art Lane, Ki Ling Lane, Chung Ching Lane 등 그래피티가 채워지며 명성을 얻게 된 홍콩의 거리는 스트리트 아트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와 더불어 정부가 함께 주도적으로 만들어 왔다. 이들은 세계 유명 그래피티 작가들을 초청해서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홍콩 정부가 처음부터 스트리트 아트에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헐리우드 로드에 있는 GOD store 옆 작품출처 : https://www.timeout.com
헐리우드 로드에 있는 GOD store 옆 작품출처 : https://www.timeout.com

몇 년 전 인베이더가 포트레스힐(Fortress Hill)에 밤사이 몰래 남겨놓았던 작품들을 홍콩정부가 길거리 낙서쯤으로 간주하고 지워버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홍콩 시민들과 포트레스힐 거주민 그리고 아트시티즌들은 홍콩정부의 행정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과 미주 대도시에서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호하려고 정부나 건물주는 아크릴 커버도 씌우는데 당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인베이더의 작품을 허무하게 지웠다는 건 소중한 도시 자산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홍콩 정부가 아트 도시로 홍콩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도 말뿐이라고 유례없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이러한 해프닝으로 이제는 홍콩정부도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가치를 새로 인식하게 되어 몇몇 정부 청사 역시 그래피티를 위해 그들의 벽을 허락했다. 여기에는 거리예술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의 노력도 크다. 홍콩월(HK Wall)은 비영리기관으로 밋밋했던 홍콩의 골목들과 소외되었던 공간들에 스트리트 아트를 통해 색채를 입혀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매년 3월에는 홍콩월과 홍콩디자인센터(Hong Kong Design Centre)가 협업하여 홍콩 스트리트 아트 전시전(A Streets Art Exhibition)을 한다. 3월은 아트바젤(Art Basel HK)과 아트센트럴(Art Central) 등 국제적인 아트 행사가 있어 세계에서 온 아트시티즌에게 홍콩 곳곳에 퍼져있는 스트리트 아트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때는 거리에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의 행위예술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가 가득 채워지는 길마다 야외 갤러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그래피티는 완차이(Wanchai)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로드(Hollywood Road)를 잇는 셩완(Sheung Wan) 몽콕(Mong Kok) 등 홍콩 곳곳을 장식한다.

한국아티스트 제바의 그래피티 작품. 탱크레인에 있음. / 출처 : https://www.flickr.com
한국아티스트 제바의 그래피티 작품. 탱크레인에 있음. / 출처 : https://www.flickr.com

한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제바(Xeva)의 작품도 셩완 탱크 레인(Tank Lane)에서 만날 수 있는데, 홍콩 아이콘인 이소룡을 주제로 제바 그래피티의 특징인 모자이크 형식으로 재해석하여 작업한 것으로 SNS를 통해 급속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로 인해 모인 인파가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인근 상권도 살아나게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스타그래머들의 이 간접적인 효과들 덕에 시내 레스토랑과 개인숍들은 자신들의 벽을 그래피티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래파티 아티스트를 직접 초대해서 후원금을 제공하고 건물 벽을 장식하게 한 것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후원된 거리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할리우드 로드에 있는 GOD Store 벽이다. 이곳은 이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 관광객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명실공히 홍콩 최고의 핫스팟이다. GOD Store 벽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앤티크거리를 걷다 보면 수없는 그래피티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인베이더의 홍콩 방문 기념 첫 작품이었던 포트레스힐의 그림들은 정부처분으로 지워졌지만 그의 작품 HongKong Phooey(a Hong Kong Fighting Dog)는 다른 아티스트에 의해 카피되어 2015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 레프리카 작품으로 나와 한화 약 3억 원에 낙찰되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하버시티에 있는 인베이더의 작품출처 : http://www.harbourcity.com.hk
하버시티에 있는 인베이더의 작품출처 : http://www.harbourcity.com.hk

이후 2017년 홍콩을 다시 방문한 인베이더는 침사추이의 대형 쇼핑몰 하버시티(Harbour City)에 32개의 게릴라 작품을 남기고 사라졌다. 과거 홍콩정부의 반응과는 달리 하버시티는 그의 작품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며 많은 인파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하버시티 측은 인베이더와 공식적으로 접촉하여 그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래피티를 바라보는 하버시티의 유쾌한 시선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인베이더 작품을 하버시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렇듯 홍콩정부와 비영리단체의 의도적인 노력 덕에 퍼블릭 아트의 새로운 장르가 된 스트리트 아트는 이제 경제적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홍콩의 구석구석을 더 즐겁고 유쾌하게 물들이고 있다. 홍콩을 더 홍콩스럽게 채워주는 스트리트 아트, 다시 홍콩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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