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5
홍콩은 금융도시로 세계에서 모여든 자본의 집결지다. 튼튼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건축 거장들의 모던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많다. 하지만 홍콩의 매력 중 하나가 옛것과 새것의 부조화 속의 조화이듯, 서구화된 현대적인 건물과 함께 곳곳에 과거 식민지 시대의 유물도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완차이(Wan Chai)다. 완차이는 홍콩 최초의 상업지구인데 글레스터 로드를 기준으로 북쪽은 컨벤션 센터를 비롯하여 마천루가 즐비한 반면에, 남쪽은 온갖 색과 향이 있는 타이윤 전통 재래시장(Tai Yeun Street Market)과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경찰서가 있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에 걸려있는 빨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완차이를 걷다 보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시간 속 여행을 하는 듯하다.
블루하우스(THE BLUE HOUSE)
블루하우스는 완차이에 위치한다. 완차이는 식민지 시절 항구가 있던 곳으로 번화가이자 상업의 중심지였다. 항구 주변은 많은 로컬 식당들과 유흥가가 위치해 복잡했다. 사람 많고 번화했던 이곳에 1870년에 홍콩의 최초 병원으로 2층짜리 건물이 들어선다. 20세기 초가 되어 중국에서 몰려오는 인구로 도시가 포화상태가 되자 좁은 땅에 자연히 층을 높인 건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1922년에 2층 건물을 철거하고, 덩라우(Tong Lau)라 불리는 광둥식 전통 목조건물에 홍콩 최초로 서양식 발코니를 내어, 동서양이 혼합된 건축양식으로 지금의 4층짜리 블루하우스를 올렸다. 이후에 중국전통의학원과 무술학교 등으로 사용되다가 홍콩 건축역사에 중요한 건물로 인정받아 1970년 홍콩정부가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2016년 재개관하였다. 블루하우스라 명명된 이유는 건물이 처음 지어진 당시에 파란색 페인트만 존재해 모든 건물을 파랗게 칠한 데서 기인한다. 정부의 매입 당시 주변 빌딩들은 다양한 색을 입고 있었지만, 건물 원래의 파란색으로 칠하여 공식적으로 블루하우스가 되었다. 리모델링 후 지금은 홍콩 이야기 전시관(Hong Kong House of Story)으로 활용되고 있다. 블루하우스는 201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존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롤모델이 됐다.
주소: 72-74A Stone Nullah Lane, Wan chai
팍 타이 사원(pak tai temple wan chai)
블루하우스가 위치한 눌라 레인을 따라 언덕 끝으로 올라가면 왼쪽에 사원이 나타난다. 빼곡한 빌딩 숲 사이 전혀 예상치 못한 위치에 서 있는 팍 타이 사원은 시간 여행자가 되어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사원은 1863년에 지어진 도교사원으로 바다의 수호신 팍타이를 기리는 곳이다. 사원 안에 그의 동상이 있는데 완차이에 모인 뱃사람들의 수호신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원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그 자리에 팍타이 동상이 있었다고 한다. 정원의 큰 고목 반얀트리는 복잡한 상업지구 한 가운데서도 웅장함과 기품을 뽐낸다. 정원에서 보이는 정면의 사당 외에 뒤편에도 부와 평화의 신을 모신 사당이 있다. 홍콩섬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1869, 1928, 2005년 여러 차례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해왔지만, 빌딩 숲 사이 좁은 골목의 주변환경과 더불어 여전히 묘한 아름다움을 준다. 사원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정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확연히 다르므로 꼭 직접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주소: 2 Lung On Street, Wan Chai
옛 완차이 우체국(Old Wan Chai Post Office)
1913년 지어진 옛 완차이 우체국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이다. 1915년 처음 우체국으로 문을 열어 1992년까지 77년간 우체국으로 사용하다가 현재는 환경보호부 정보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 광둥식 건축양식에 서양 바로크 양식이 혼재된 형태다. 1990년 홍콩 국가기념물로 제정되어 동서양 문물의 접경지로 변화하던 홍콩의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옛날 우체국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당시의 빨간 사서함이 있어 마치 영화 ‘색계’의 한 장면에 들어간 듯 20세기 초의 홍콩을 느낄 수 있다. 우체국 한편에서는 옛 우체국에서 쓰던 아날로그 스탬프를 찍어볼 수 있다.
주소: 221 Queen's Road East, Wan chai
20세기 초, 중반의 홍콩 건물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있는 완차이는 그래서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하는 코스’로 제격이다.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중앙일보플러스 교육사업본부 예술교육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