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4

 

동시대 최고의 건축가를 뽑으라면 프랭크 게리(Frank Gehry)를 빼놓을 수 없다. 건축을 예술로 탈바꿈시킨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는 프랭크 게리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를 뽑으라 하면 당연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Bilbao Museum)이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는 풍부한 철광석을 바탕으로 2차 산업이 발달된 공업도시였는데, 70년대 이후 신흥 경쟁국에 밀려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침체된 도시를 살리기 위해 빌바오가 속한 바스크 지방정부는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쇠퇴해가던 공업도시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 위한 획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 중심에 빌바오 구겐하임이 존재한다.

 

프랭크 게리는 기존 건축들이 박스 형태로 디자인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곡선의 형태로, 티타늄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입혀 미술관을 지었다. 인구 30만 도시는 그래서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맞는 도시로 성장한다. 구겐하임을 보기 위해 빌바오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프랭크게리의 구겐하임 뮤지엄은 빌바오 그 자체다. 그래서 빌바오는 도시재생 사업의 예로 늘 거론되고,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용어가 통용되게 되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외에도 프라하 ING 사옥(1996), 체코 프라하 댄싱하우스(1996),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2014) 등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유니크한 건물을 디자인한 그는 명실공히 이 시대의 건축 거장이다.

 

조형 예술물 같은 건축을 디자인하는 그의 작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홍콩에 두 채가 있었다. 이제 작년 10월 한국의 청담동에 ‘루이비통 메종’이 생기면서 아시아 유일이라는 수식어는 달 수 없게 되었지만, 아시아 최초의 프랭크 게리 건물이 홍콩에 있는 것은 여전하다.

그 중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오퍼스 홍콩(Opus Hong Kong)’이다. 오퍼스 홍콩은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을 갖고 있는 영국계 부동산개발회사 스와이어 그룹(Swire Group)의 소유다. 스와이어 그룹의 디자인 감각 수준은 퍼시픽 플레이스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데, 오퍼스 홍콩 건축가로 당대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2012년에 프랭크 케리가 디자인한 오퍼스 홍콩은 레지던스로 지은 그의 첫 아시아 건물이다. 높은 물가와 집값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이 건물이 갖는 다른 수식어는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다. 2012년에 지어진 후 2015년에 마지막 유닛이 매매되었는데 4,579ft(약 129평) 사이즈가 509.6백만 홍콩달러(한화로 785.4억)에 거래되었다. 이는 평당 약 6억1천만 원에 거래된 것인데 2017년에 홍콩의 마운트 니콜슨(Mount Nicholson) 아파트가 660만 홍콩달러로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 아시아에서 최고가 아파트로 기록되었다.

 

프랭크 게리가 이 건물 디자인을 의뢰받으면서 처음 받은 제안은 홍콩의 화려한 뷰를 다 담을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 것이었다. 건물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오퍼스 홍콩의 실내에서 바라보는 홍콩 뷰는 가히 천만 불짜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매력은 외부에서 보는 건물 전체의 조형학적인 미다. 원통형 통창이 꽈배기처럼 돌아가는 형태로 하나의 대형 기하학적 조형물로 구성된 오퍼스 홍콩 건물은 이러한 디자인으로 발생하는 비싼 건축비뿐만 아니라 위치도 홍콩 부촌 중 하나인 피크(Peak)에 자리 잡고 있어 슈퍼리치들의 아파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프랭크 게리는 젊었을 때부터 진보적인 성향으로 적은 비용과 효율적인 소재를 활용한 건축을 지향해 왔는데 오퍼스 홍콩은 그의 철학과 반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이른바 ‘아시아에 처음 짓는 프랭크 게리의 건물’이라는 상징성으로 앞으로 다른 아시아의 건축가들이 자신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합리적인 금액으로 비슷한 건물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프랭크 게리의 첫 아시아 건축물이자 여전히 아시아의 톱 슈퍼리치들의 레지던스인 오퍼스 홍콩은 홍콩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빅토리아 피크의 중턱 높은 곳에 위치한다.
주소: 53 Stubbs Road, Victoria peak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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