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5월 31일~6월 2일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는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열렸다. 총 6개의 크고 작은 작품과 바그너 갈라 콘서트가 올려졌는데, 노블아트오페라단(단장 신선섭)이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이 완성도가 높았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탄탄하고 균형감 있는 캐스팅과 연출력이 돋보였고 출연진들의 연기 또한 흡인력이 있었다. 장윤성 지휘자가 이끈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미 해군 장교와 일본 기생의 사랑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면서 전쟁을 경험했던 한국이나 베트남에도 이런 유사한 사례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나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 <나비부인>의 연출은 초초상의 내면을 잘 드러냈고 음악과도 잘 어우러져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출자 김숙영은 초초상의 슬픔과 아픔, 두려움과 외로움을 공감하고자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것이 푸치니의 초초상과 현재를 사는 또다른 초초상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김숙영 연출자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옮겨본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지금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국가적 힘겨루기로 가슴에 큰 멍울을 안고 살아가는 여인들이 있다. 지구상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의 이야기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비극이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단지 이국적 색다름과 진부한 화풍과 문학소재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자 했던 유럽인들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탄생한 소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아픈 드라마이다. 실제로 1800년 후기 미국영사와 살다가 버림받아 투신자살한 게이샤 오키치와 결혼에 성공해 미국까지 갔던 게이샤 유키 역시 고국으로 쫓겨와 평생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실화가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초초상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과연 핑커톤만의 배신이었을까? 가족들의 외면, 본조의 저주, 고로의 멸시, 믿었던 영사와 스즈끼 역시 초초상을 도울 수는 없었다. 초초상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죽음이 아니었을까? 시대가 낳은 비극의 여인들...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변해도 외면당하고 숨죽여 살아내야만 하는 여인들... 단지 자신의 호사와 사랑을 선택해서 생긴 결과물이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는 정당한가? 1900년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의 미군 중위 핑커톤과 어린 게이샤 초초상과의 만남은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초초상의 비극이 우리 주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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