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4월 6일 저녁 7시,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립 11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이기도 했는데, 여성 지휘자로 새롭게 떠오르는 권현수 지휘자는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음악을 다이나믹한 사운드로 들려주었다.
1부에서는 독일 피아니스트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쉥크(Georg Friedrich Schenck)의 협연으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1)을 들려주었다. 차이코프스키는 3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1번이 가장 유명하다. 1874년 차이코프스키가 35세 때 작곡했고,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장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하려 했지만 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독일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한스 폰 뷜러에게 헌정했고, 뷜러는 1875년 보스턴에서 이 곡을 초연하였다. 나중에 루빈스타인은 이 곡을 혹평했던 것에 대해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했다고 전해진다.
피아니스트 쉥크 교수는 현재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을 전곡 녹음해서 세계 최고의 ‘브람스 주석상’을 받았다. 그의 수많은 제자들은 세계적인 국제콩쿨에서 입상하여 명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쉥크 교수는 연주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의자를 가지고 다니며 연주를 하는데 이번 연주에도 독일에서 의자를 직접 들고 왔다. 자기 의자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그는 콩쿨에 나가는 제자에게는 언제나 자기 의자를 빌려준다고 한다(참고로 의자는 이탈리아제 ‘FAZIOLI’이다).
2부에서는 ‘운명의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Symphony No.5)을 권 지휘자가 암보로 지휘했는데, 악보를 외워서 지휘하는 것만으로 음악적인 평가를 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준비했음을 알게 해주었고, 88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마치 거대한 숲의 움직임처럼 웅장한 사운드로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3세에 피아노, 5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권현수 지휘자는 독일에서 음악공부를 하며 성장했고 쾰른 훔볼트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디플롬과 콘체르트엑사멘을 취득했다. 국내에서 10여 년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약했던 그는 다시 독일로 건너가 지휘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마친 후 터키 이즈미르국립오케스트라와 독일 Neuen Philharmonie Westfalen, 독일 제1공영방송 WDR Funkhaus Orchestra, Philarmonie Orchestra Satu Mare를 지휘하며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국내 무대에 처음 데뷔했던 권현수 지휘자는 이번에 다시 방한하여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한국 관객을 감동시켰고 이번 콘서트를 통해 지휘자 권현수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