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월 9일 오전, 약속 시간에 맞춰 로마 바티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상제작회사인 티렐리 코스투미(Tirelli Costumi, 대표 Dino Trappetti)를 찾아갔다.
로마의 상징적인 색깔인 옅은 황토색 빛깔의 고풍스러운 빌라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설립자인 움베르토 티렐리가 살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 출신으로 의상 제작자이자 의상 역사가였고 컬렉터였던 움베르토 티렐리(Umberto Tirelli, 1928~1990)는 로마로 이주하여 1964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로마에서 생을 마감했다.
회사 임원인 라우라(Laura)를 만나 회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회사 내부를 둘러 보았다. 벽에 빈틈없이 걸려있는 오페라 공연 포스터와 유명한 성악가, 영화배우들의 사진을 보며 회사의 역사와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인 1월 10일에는 로마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포르멜로(Formello)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5,000㎡(약 1,500평)의 거대한 티렐리 코스투미 의상보관소가 있다.
이곳은 16세기부터 현대까지의 의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들을 소유하고 있는데, 20만 벌의 무대 의상(영화, 오페라)들이 시대별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 티렐리는 의상을 대여하기도 하고 주문 제작도 하고 전시회도 갖는다. 지금도 영화나 TV, 오페라 의상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입었던 옷도 티렐리에서 제작한 작품이며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는 미니시리즈 ‘Catch22’ 의상 제작도 하고 있다.
티렐리 무대 의상의 품질과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한 평가는 디자인의 섬세함과 전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마리아 칼라스, 실바나 망가노, 소피아 로렌,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마돈나, 니콜 키드만, 모니카 벨루치 등 유명 배우들이 티렐리가 제작한 의상을 입었다.
티렐리는 가장 재능있는 디자이너와 작업을 했고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앤서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에 이르기까지 가장 유명한 감독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 티렐리는 수많은 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페데리코 펠리니의 <카사노바>, 밀로스 포만의 <아마데우스>, 스콜세지의 <에이지 오브 이노센스>가 오스카상을 받았다.
최근에 티렐리 코스투미는 그 동안 수상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의상 컬렉션을 보존하고 공개하기 위해 Tirelli Trappetti 재단을 설립하여 전시회를 열고 있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