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깨는 아프로비트의 심장 박동
[아츠앤컬쳐] 매년 1월의 공기는 차갑고 정적이다. 우리는 대개 그 고요함 속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거나 서정적 선율에 기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1월은 가장 뜨거운 도약의 상징이다. 아프리카 음악의 대모인 안젤리크 키조(Angélique Kidjo)의 경우처럼 말이다. 지금은 전 세계 차트를 점령한 아프로비트(afrobeat)가 대중음악의 주류로 우뚝 서기까지, 그 정점에는 제62회 그래미 어워드를 전율케 했던 키조의 역사적 무대가 있었다. 2020년 당시, 예순 살의 나이로 ‘Afirika’를 열창하던 그녀의 퍼포먼스는 월드뮤직의 위상을 증명하는 기념비적 무대로 회자된다.
‘Afirika’는 아프리카 전통 음악의 특징인 폴리리듬(polyrhythm)과 교창(call and response)의 현대적 변용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현대 대중의 귀를 완벽히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키조와 그녀의 남편인 장 에브레이(Jean Hébrail)의 오랜 협업으로 빚어낸 독창적 사운드 디자인 덕분이다. 서구 음악의 세밀한 편곡 역량을 갖춘 에브레이는 키조가 품은 아프리카의 야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가장 동시대적인 팝의 문법으로 정제해낼 줄 아는 독보적인 음악가였다. 키조의 가창 스타일 또한 이러한 몰입감을 완성하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원초적 비음과 강렬한 흉성을 넘나들며, 때로는 타악기처럼 날카로운 타격감과 때로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공명감으로 청자를 전율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성조 언어인 그녀의 모국어, 폰어(Fon)가 가진 고유의 높낮이를 리듬의 엔진으로 활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그녀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타악기가 되어, 마치 날 것의 생명력을 치환하듯 잠든 우리의 의식을 강렬하게 일깨운다.
“아프리카여, 나의 아이들아, 이제 일어나서 저 먼 미래를 바라보라! 너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라! 그러면 너희 안에 깃든 진정한 힘을 보게 될 것이다! ...(중략) 오라, 모두 오라, 이제 깨어나라! 뛰어올라라, 춤을 추어라, 이제 일어나라! 미래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키조의 뜨거운 외침 속에서 터져 나오는 ‘나의 아이들’은 더 이상 특정 대륙의 후손이나 생물학적 어린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고 새로움의 문턱에 선 모든 영혼, 즉 우리 모두를 향한 인류애적 호칭이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가장 원초적 도구를 통해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야성과 잠재력을 일깨우며 묻는다. 과연 우리는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그 대답을 증명하듯, 당시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녀는 수상 소감 대신 ‘Afirika’를 부르며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아프리카 전통 문양의 의상을 입고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던 그 장면은, 음악이 인류의 공통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명과도 같았다. 따라서 발을 구르며 터져 나오는 그녀의 리듬 선언은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손길로, 도약을 꿈꾸는 우리의 가슴 속에 가장 뜨거운 새해의 심장 박동을 이식한다.
키조의 그래미 무대는 결코 2020년 과거에 박제된 기록이 아니다. 2026년 현재에도 그녀는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감을 주는 거장으로서, 월드뮤직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하며 갱신되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새해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정교하게 짜인 계획표보다는 내 안의 맥박을 깨우는 거친 숨소리일지도 모른다. 가장 나 다운 에너지를 믿고 새로운 시간에 투신해야 하는 이유, 그것이 ‘Afirika’ 안에 살아 숨 쉰다. 이 동적인 리듬에 당신이 반응하고 있다면, 당신 안에는 이미 가장 강력한 새해의 몰입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