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조각가 이영섭은 매장과 발굴이라는 작업 순서를 거쳐 작품을 탄생시킨다. 먼저 마사토 위에 작품 이미지를 거꾸로(거울 방향) 드로잉하고 그 형상을 파낸 후 콘크리트를 매장하여 출토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강원도 시골에서 수저로 땅을 파고 형상을 만들며 놀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으로 흔적의 기록과 시간성이 축적되면서 현재와 과거가 만난다. 이런 그의 색다른 조각 작품의 탄생과 정지된 시간이 현재화되는 과정은 그의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매장과 발굴에서 흙으로 덮는 소멸기법은 마치 기억, 추억의 덮음, 죽음으로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지난 시간을 모두 묻어버리고 다시 삶이라는 생명력과 빛을 부여하는 작업 과정이 매우 신비롭고 원시적이며 철학적 의문을 갖게 한다.이런 사실적 표현주의를 거친 그의 작품에 따사로움과 온화함을 담아 고요하고 따뜻한 영혼이 빛을 발하게 한다.

2011년 겨울 양평의 그의 작업실을 처음 방문한 이후, 3월의 꽃샘바람 속에 다시 찾았다. 시골 외딴곳에 있는 그의 작업 공간은 뽐내듯 서 있는 대형 ‘어린 왕자’ 작품들과 강화도 어느 절로 보내질 ‘부처’ 작품으로 둘러싸여 신기한 작은 성 같이 보인다. 실외에 서 있는 대형작품들은 밤이면 우주와 대화할 듯 작은 별 성을 지키는 형상으로 자연과 매우 잘 어울린다. 그의 조각은 자개 또는 베네치아의 무라노 유리, 조가비 껍질 등의 여러 혼합 재료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신비롭고 아름다운 보석처럼 매력을 방출한다. 마치 작가 자신이 땅속에서 작품을 쉽게 뚝딱 구워내어 기적 같은 요술을 펼쳐 보이는 또 다른 마법의 ‘어린 왕자’ 같다.

소품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작고 동그란 눈을 반짝이는 소년 형상의 ‘꽃잎 천사’(50x23x21cm)와 두 손을 몸 앞쪽으로 가지런히 잡고 있는 동그란 눈의 소녀 ‘초록 천사’(38x18x14cm)는 관람객을 응시하며 마주하는 이에게 잔잔한 평화를 선사한다.

예전 그의 작품 경향에서 아기를 품은 소녀, 아기 엄마, 작은 부처상, 물 흐르는 소리에 도취되는 다탁, 아기나 인형을 품고 앉을 돌의자가 주였다면, 근래 그의 작품은 각기 하나의 개인처럼 존재하는 동시에 각각의 개별체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작품으로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

조각가 이영섭의 어린 왕자는 우주의 많은 별들과 대화를 하며, 석굴암 부처의 미소를 닮은 그의 대형 부처상들은 보는 이에게 온화함과 무한한 평화를 안겨준다. 우린 모두 무엇이 되어가고 변화하고 그리고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오래도록 신비함으로 남을 것이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