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얼마 전 북한산에 오르니 지난 겨울 유달리 보기 힘들었던 하얀 눈발이 갑자기 흩날려 곧 경이로운 설경에 감싸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봉은사에 도착하니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매화나무의 줄기에 홍매화가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봄에 피어나는 매화는 너무도 경이롭다. 어쩌면 우리들의 젊음도 삶도 봄꽃처럼 아름답고 짧은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작가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림 같다고 하며 그 이미지를 작품으로 옮긴다. 이렇게 자연이 그림이 되고 그림 속 자연을 동경하고….
서양화가 선미도 자연을 소재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 선미 작가는 본인이 사랑하는 봄꽃의 화려하고 짧은 시간을 종이(하드보드지)에 영원으로 남기고 있다. 매화, 장미, 새, 말 등의 이미지를 스케치하고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칼로 자르고 아크릴로 어울리는 색을 칠한다. 그리곤 4~5회 겹겹이 결합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조각적 회화(Sculptural Painting)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색의 하드보드지 조각으로 리드미컬한 결합을 통해 빛과 어둠 그리고 색을 재조명한다. 이 조각적 회화는 선명하게 에너지 넘치는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주어 캔버스에 직접 그리는 그림보다 더욱더 화려하게 만든다.
‘홍 매화_Ⅱ’에서 하얀 바탕 위의 매화는 마치 설경에 피어난 설중매 홍매화를, 꽃샘추위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을 연상시킨다. ‘봄의 노래 Ⅸ’는 분홍, 초록, 연두, 하얀색과 어둠을 그린 짙은 와인 색으로 화려함의 최고의 순간 클로즈업된 홍매화를 작가만의 기법으로 다시 재현하였다. “봄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 강렬한 제전의 시간은 너무도 짧다. 짧기에 더욱 아름답고, 그리움을 남기고 소멸하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의 지독한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봄꽃을 이용해 재현해 보았다.”고 선미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조각적 회화 기법으로 원하는 형상의 명암과 생동감을 이루는 과정을 통하여 본인의 시간과 인생의 조화를 조율하고 있다. 마치 명상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인생을 재조명하며 그 깨달음으로 인생을 걸어가듯이. 작가들의 마음과 모습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하여 작품에 담겨 나오듯이 말이다. 원색적 화려함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창조하듯 작가는 그녀 인생의 그리움, 외로움, 어려운 순간들을 작품을 통하여 화려하고 아름답게 재조명하여 승화시킨다. 또한 관람자는 이러한 그녀의 환상적이도록 아름다운 작품에서 밝고 긍정적이며 화려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받는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