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6

차이홍 무지개 아파트, Photo by Florian Wehde
차이홍 무지개 아파트, Photo by Florian Wehde

[아츠앤컬쳐] 홍콩에는 세계 유수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화려하고 큰 건물도 많지만, 홍콩 풍경에 빠지지 않는 그림에 공공주택이 있다. 홍콩의 공공주택은 지정된 지역이 없이 도시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홍콩을 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홍콩 공공주택의 역사는 20세기 중반으로 올라간다. 1937년에서 1950년 사이 일본의 중국 점령기와 내전을 거치며 많은 난민들이 중국에서 홍콩으로 내려왔다. 가난한 난민들은 도시 공터에 판자촌을 이루며 살았는데 1953년 크리스마스날 이곳에 불이 나면서 5,300명의 사람들이 집도 없이 크리스마스 밤을 지새게 된다.

사진 florian wehde
사진 florian wehde

이를 계기로 정부는 난민들을 위한 주택난의 해결책을 모색하여 1964년 첫 공공주택을 차이홍에 짓고 4,300명의 사람들을 수용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공공주택은 홍콩정부의 메인 사업 중 하나다. 홍콩 주민 30% 이상이 공공주택에 사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님비현상을 떠올리는 우리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그 자체가 홍콩의 아이콘이다.

물론 오래된 공공주택의 내부는 허름하고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새로 지은 공공주택조차 홍콩 생활 패턴과 환경상 비좁고 작기 마련이지만, 몇몇 공공주택은 외관디자인과 홍콩 환경에 따라 증축되고 관리되어 독특한 모습으로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인스타그램 관광객들의 성지가 되기도 한다.

photo by Peter Berko
photo by Peter Berko

차이 홍 아파트 (Choi Hung Estate, Rainbow Estate - Choi Hung)
가장 유명한 공공주택으로 차이홍 아파트를 꼽는다. 차이홍은 광둥어로 ‘무지개’란 뜻인데 MTR 차이홍 역부터 무지개색 타일로 꾸며져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뮤직비디오를 이 아파트 앞에서 찍으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아파트 외부 주차창 위에 농구코트를 만들어 알록달록한 농구장 코트와 더불어 색색의 파스텔 물감으로 감싸인 아파트는 하나의 작품이다.

실제로 세븐틴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때 배경으로 나온 차이홍 아파트가 마치 세트처럼 보여 비주얼 아트 비디오 작품 같다는 평이 많았다. 유명해진 차이홍 아파트 주차장 위 농구코트는 이제 인스타그래머들의 홍콩 성지가 되었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농구장에는 농구하는 사람보다 사진찍으러 온 사람이 더 많을 때도 있다.

몬스터빌딩, Photo by Tina Vanhove
몬스터빌딩, Photo by Tina Vanhove

몬스터 빌딩 (Monster Building - Quarry Bay)
쿼리베이에는 몬스터 빌딩이 있다. 60년대에 신축하고, 70년대에 증축되어 총 5개의 건물(Oceanic Mansion, Fook Cheong Building, Mintane Mansion, Yick Cheong Building, Yick Fat Buiding)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모습이 몬스터 같다 하여 몬스터 빌딩이라 불린다. 몬스터 빌딩은 헐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와 일본 SF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졌다. 어둡고 우울한 서민 주거지를 배경으로 그려진 곳이 몬스터 빌딩이지만 현재 1,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공공주택이며 주변 일대는 미디어에서 그려진 것과 달리 한국 사람들도 많이 사는 안전한 주거 지역이다.

사진 alexandr bormotin
사진 alexandr bormotin

 

홍콩의 주택난
홍콩은 맨해튼과 더불어 부동산비가 가장 비싼 도시로 해마다 1등 자리를 다툰다. 물가와 집값에 반해 홍콩의 최저 임금은 2011년에 28홍콩달러로 시작해서 현재는 37.5 홍콩달러(약 5,600원)으로 전 세계 선진국 중 최하 수준이다. 그런데 홍콩 집값은 지난 10년 동안 200% 올라 세계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이런 연유로 자본 집약 도시 이면에 홍콩의 어두운 현실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 earvin huang
사진 earvin huang

홍콩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주거 문제다. 현재 홍콩 인구의 30%는 공공주택에 살고 있고 16%만이 정부의 보조를 받아 집을 매매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반 가정이 공공주택을 신청하고 배정받기까지는 5년 이상 걸린다. 우리가 기억하는 화려한 마천루를 장식하는 홍콩의 건물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공공주택도 꽤 많다.

사진 nattu adnan
사진 nattu adnan

그러나 홍콩은 여전히 주택난에 허덕이고 있다. 건물 간 큰 공간 없이 빼곡하게 지어져 일조망도 확보되지 않는 공공주택은 홍콩의 아픈 단상인데, 관광객으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때론 이색적이고 예술 작품처럼 보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무대가 화려할수록 무대 뒤는 더 어두워 보이듯 화려함 뒤에 가려진 홍콩의 빈부격차에 의한 주택난은 여전히 홍콩이 가진 큰 숙제 중 하나다.

사진 francisco sarez
사진 francisco sarez

 

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에 선택된 다른 건축물들과는 달리, 화려하진 않아도 홍콩만이 가진 주거 환경과 사회문제와 맞물려 사실 가장 홍콩다운 홍콩을 보여주는 주거 건물이 공공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의 아름다운 건물 시리즈 6번째로 차이홍 아파트와 몬스터 빌딩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맨파워코리아 전시컨벤션 큐레이팅, 중앙일보플러스 교육사업본부 예술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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