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디노 작품과 그의 사진 / 출처 : www.tavernart.com
페리디노 작품과 그의 사진 / 출처 : www.tavernart.com

[아츠앤컬쳐] 2019년 홍콩의 6월은, 3일간에 걸쳐 이뤄진 홍콩 시민들의 검은 행렬로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넘겨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만든 시발점이었다. 이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 모았다.

이는 기우가 아닌 듯하다. 2015년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서적과 중국에서 금지된 서적을 판매하던 홍콩의 서점 퉁뤄완 주인들이 중국에 납치되어 조사받은 사안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중국 방문 시 납치된 것이 아니라 홍콩에서 납치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정부의 불법적인 홍콩 내 납치사건으로 홍콩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겼다. 그래서 이번 법안에 홍콩 시민들이 다시 움직인 것이다.

6월 9일에는 103만 명이 시내로 모였고 6월 16일에는 마침내 검은 옷을 입은 200만 명의 군중이 집결했다. 2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무려 홍콩 주민의 30%가 참여했다는 의미다. 며칠간의 시위로 시내 대부분의 회사는 업무도 볼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몇몇 해외 대기업에서는 앞으로의 홍콩 내 정치 및 정세 변화를 걱정해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슨 사우스 차아니 모닝 삽화 / 출처 : www.scmp.com
해리 해리슨 사우스 차아니 모닝 삽화 / 출처 : www.scmp.com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홍콩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과거 홍콩은 영국통치 하에 짧은 기간 세계의 금융 도시로 성장했다. 번영했던 경제를 바탕으로 동서양이 융합된 화려한 문화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뒤늦게 문호가 개방된 중국 본토인들에게 홍콩에서 온 문화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고 홍콩라이프는 중국인들에게는 꿈이 되었다.

그 영향으로 중국 본토의 부자들은 기회만 되면 홍콩 부동산에 투자를 해왔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부동산은 매년 뉴욕과 함께 세계 최고 부동산 가격 경쟁을 하며 1위를 다투고 있다. 대륙의 많은 본토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넘어오면서 빚어지는 문화 충돌도 만만찮다. 일련의 이유들로 현지에 살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은 당연하다. 오르는 물가와 부동산 시장에 비해 홍콩의 최저임금은 한국보다 낮다. 점점 밀려오는 중국 본토의 자본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홍콩사람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원래 중국이었던 홍콩을 다시 중국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과 노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으로 치달으며 중국과 관계가 틀어진 미국은 이번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언론 플레이로 중국을 세계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도 시작했다.현 상황을 볼 때, 하나의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과 100년 넘게 중국이 아닌 홍콩으로 살아온 홍콩주민들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해리 해리슨 미술 작품 / 출처 : www.tavernart.com
해리 해리슨 미술 작품 / 출처 : www.tavernart.com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할 당시 50년간 홍콩을 특별자치지구로 남겨두겠다고 중국이 약속했지만 앞으로 남은 28년 후 홍콩을 갑자기 중국에 바로 흡수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홍콩과 중국 본토 간의 문화, 정치 경제 체제 그리고 정부는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와 그 차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와 홍콩주민과의 이런 갈등은 그래서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미 예정된 홍콩의 미래는 평화적인 시민들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그 앞날이 불투명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이 홍콩을 압박하며 이끌어가려는 계획과 큰 그림은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도의 연결처럼 조금씩 이미 실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이지만 중국과는 다른 서구 자본주의로 살아왔던 홍콩사람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세기 중반 혼란스러웠던 동유럽 국가에서 성장했던 요네하나 마리의 에세이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국가의 운명과 변화에 개개인의 인생은 대양 속의 한낱 쪽배에 불과하다’던 구절이 떠오른다.

쉽지만은 않은 이 역사의 대양 속에 홍콩인으로의 삶의 갈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항쟁하는 작가들이 있다. 홍콩 작가인 페리 디노(Perry Dino)는 2014년 9월에 있었던 홍콩의 우산혁명을 비롯 다양한 홍콩 정치적 이슈를 그림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그의 의도는 결국 강자의 시점으로 정리되는 역사에서 이 시대를 살아간 지금의 홍콩사람들의 아픔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까지 알리고자 한다.

해리 해리슨 / 출처 : www.scmp.com
해리 해리슨 / 출처 : www.scmp.com

일간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South China Morning)의 삽화 작가로 유명한 베테랑 정치 일러스트레이터인 해리 해리슨(Harry Harrison)은 영국인으로서 홍콩에 살면서 정치적인 이슈를 표현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의 일러스트 작품은 지난 5월 컨벤션 센터에서 있었던 어포더블 아트 페어(Aordable Art Fair)에도 등장하여 이슈를 이어갔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을 받는 홍콩 신분이 아닌 영국인이기에 해리 해리슨의 작품은 더 신랄하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큰 소리 내기도 쉽지 않은 홍콩인들에게 해리 해리슨의 작품들은 간지러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작품 같기도 하다. 역사의 대양 속을 표류하는 현재의 홍콩인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만은 않다.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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