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기술 발전은 영화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우리는 3D, 4DX 등영화 관람 방식에서의 변화를 경험했다. 앞으로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360도 상영관도 도입될 것이라 예상된다.

기술적 진화는 보는 방식뿐 아니라 만드는 방법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다. 덕분에 기존 카메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액션 장면을 새로운 앵글로 구현하거나, 실제 배우와 가상의 캐릭터가 함께 연기하는 것이 가능케 되었다. 최근 개봉한 SF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은 가히 CG 테크놀로지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제작자 제임스 카메론은 2009년 <아바타>를 감독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 영화는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3D 등 영화적 기술에서도 진보를 이룬 기념비적 작품이다. <알리타>는 그가 <아바타>를 만들기 전부터 기획해온 프로젝트이다. 현재 <아바타> 속편을 준비 중인 그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힘을 빌려 <알리타>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카메론은 시각적 효과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이다. <아바타> 블루레이 출시 때도 삼성 등 주요 제조사별 TV에서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 장면별로 체크하며 직접 색감을 조정했을 정도다. 이 영화가 온통 CG로 이루어졌지만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는이유다. <어벤져스> 시리즈나 스필버그 <레디 플레이어 원>과 비교해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이다.

원작인 일본 만화처럼 알리타는 인공적인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다. 이 눈은 제작 과정에서도 큰 논란거리였는데, 여러 번 눈과 동공의 크기가 수정되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스러운 현재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배우 로자 살라자르의 연기 위에 덧입혀진 100% CG 캐릭터인 알리타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볼수록 빠져든다.

뇌의 일부분만 제외하고 기계로 이루어진 그녀는 영화 속에서 두 개의 신체를 갖는다. 고철더미 속에서 알리타를 구한 이도 박사(크리스토프 발츠)는 죽은 딸을 위해 만들었던 신체를 알리타에게 주는데, 대리석 조각 같은 팔다리는 고전적인 예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후반부에는 미지의 기술로 만들어진 좀 더 성숙한 여성의 광전사 바디를 갖게 되는데, 미래 첨단 기술의 정수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했다.

이 영화의 원작인 “총몽”은 90년대 아키라, 공각기동대 등과 함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명작이다. 26세기 세상은 공중도시 ‘자렘’과 그곳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더미위에 만들어진 ‘고철 마을’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고철 마을’ 사람들은 ‘자렘’으로 올라가기를 바라지만 이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유일한 방법은 신체가 분해되어 실험체가 되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폭력적인 스포츠 ‘모터볼’의 우승자가 되는 것뿐이다. 알리타와 달리 다른 기계 인간 캐릭터들은 매우 괴기스러운데, 원작 만화 속 설정도 있지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독특한 취향 덕분이기도 하다.

<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 <씬 시티>등을 만든 로드리게즈는 잔인하고 괴기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액션 영화를 만드는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이다. 영화 속 배경인 26세기에는 살아있는 뇌만 있으면 나머지 신체를 기계로 대치할 수 있다. 일부 고철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신체를 강제로 분리해서 암시장에 팔아 생계를 꾸린다.

전투 장면이나 모터볼 경기 중 기계 신체가 산산 조각나고, 분쇄기에 갈리는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기계이기 때문에 피만 안 보일 뿐 이 영화가 정말 12세 관람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기괴한 등장인물들과 신체 절단 등이 첨단 CG 시각 효과를 활용한 액션과 신나는 배경음악이 완벽히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쾌감을 준다. 괴기한 장면들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다면, 이 영화는 완벽한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이다.

원작 ‘총몽’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작품으로 필자 역시 이 만화를 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그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공각기동대의 영화화가 매우 실망스러워 가졌던 우려와 달리 <알리타>는 팬들이 반길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이다. 단,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만큼 영화 속 이야기가 어정쩡하게 끝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알리타> 속편과 더불어 영화 기술의 혁명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아바타> 속편도 곧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도영진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
CJ E&M 전략기획담당 상무 역임
보스턴컨설팅그룹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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