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5월 16일, 어느 모임에서 차 한잔의 대화를 나누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당일 오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새 예술정책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을 제시한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나눈 얘기 중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왔다. 정부가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사업을 다 없애고 대신 기업들이(각자가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게 만들고 기업에는 지원한 만큼 세제 혜택을 주면 정부 간섭도 없어지고 블랙리스트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거라는 얘기가 오갔다.
우리 전통음악과 예술 쪽에서는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흥행이 잘되는 장르인 K-Pop이나 뮤지컬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내 대부분의 문화예술회관들이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서 건물을 짓고 운영하면서도 문화예술인이 아닌 일반 공무원 일자리만 늘려가는 상황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기에 문화예술기관에 문화예술인들을 의무적(최소 30% 이상)으로 고용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09년 국립오페라 합창단이 해체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에 의해 합창단이 해체되었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행정지원을 위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부분 상주하고 있으며, 오페라 제작에 필요한 소속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가 운영하는 예술단체가 민간오페라 프로덕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 유례가 없는 조직을 가지고 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은 차치하고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어려운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오페라극장에는 소속된 합창단과 발레단, 오케스트라가 있어서 극장 중심으로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의전당에는 오페라극장과 콘서트홀 등이 있지만 사실 대관 위주의 임대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예술기관이 문화예술인이나 공연단체,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대관 심의를 하기 위해 심사위원까지 선정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공연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공연장 임대업은 민간기업에 어울리는 사업이다. 롯데콘서트홀이나 LG아트센터가 좋은 본보기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을 얘기하기 전에 10년 전에 해체된 국립오페라 합창단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명실상부한 오페라극장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