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마르크 샤갈의 전시가 6월 5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다양한 유대인 문화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이스라엘미술관이 기획한 컬렉션전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은 샤갈과 그의 딸 이다(Ida)가 직접 기증한 작품과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중 150여 점을 소개하며 샤갈의 사랑과 삶을 조명한다.
샤갈이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 비테프스크는 지금은 벨라루스 공화국에 속해 있다. 베를린, 파리, 미국을 돌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죽는 날까지 고향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했던 샤갈은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사랑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가난 속에서도 행복했던 시절, 전쟁과 유대인의 박해, 그리고 영원한 뮤즈였던 부인 벨라의 죽음을 겪으며 굴곡진 삶을 살았던 샤갈은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낙척적인 성격과 천진함은 그림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이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은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테마를 다루었던 작가라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유화뿐만이 아니라 수채화와 삽화, 석판화(Lithograph)를 남겼는데 종이에 먹, 과슈, 흑연, 수채물감, 잉크, 왁스크레용,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
샤갈은 종교적인 가정교육 덕분에 성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고 예술가란 성서 속 예언자들의 영혼을 지닌 신성한 신의 사자(使者)라 여겼다고 한다.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샤갈은 스테인드글라스에도 관심이 있었고 예루살렘의 하다사 병원 유대교 회당을 위해 *12지파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해서 1962년 예루살렘에 설치했다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샤갈의 심장과 세상의 심장 사이에 놓인 투명한 칸막이와 같다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줄기 빛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했고 창문은 그가 지닌 소박함과 우아함을 통하여 이 빛을 보다 분명하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전시회를 본 사람들 중에는 유화가 2점 밖에 없어서 아쉽다는 얘길 많이 한다는데 필자는 오히려 유화가 아닌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샤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12지파: 아셀, 단, 요셉, 유다, 갓, 레위, 잇사갈, 스블론, 베냐민, 납달리, 시몬, 르우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