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비가 내리는 일요일(4월22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불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Laurent Korcia)와 피아니스트 변애영의 연주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뜨거운 열정과 함께 섬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바이올린의 연주와 매우 정제된 피아노 음악은 환상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특히 피아노 연주는 근래에 보기 드문 명연주였다.
2012년 필자가 루마니아 방문시 알게 되었던 조르주 에네스코(George Enesco 1881~1955/루마니아 본명:Enescu)는 일생동안 거의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루마니아 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데, 이번 음악회에서는 에네스코의 음악뿐만 아니라 라벨(Joseph Maurice Ravel), 프로코피예프(Сергей́ Сергее́ вич Проко́фьев), 이자이(Eugéne-Auguste Ysaye), 블로흐(E. Bloch)의 멋진 음악도 즐길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음악은 매우 흡인력이 강했고 공연장 분위기를 압도했기에 감동적인 음악회였다. 앵콜로 들려준 ‘Moon River’와 우리 동요 ‘오빠 생각’도 긴 여운을 남겼다.
다음날, 환상의 앙상블을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Laurent Korcia)와 피아니스트 변애영(Aeyoung Byun)을 서래마을에서 만났는데, 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유명 인사 로랑 코르샤가 TV프로그램에서 연주를 하는데 갑자기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가 사정이 생겨 연주를 못하게 되었다. 그 위급한 상황에 친구의 소개로 변애영이 대신 연주를 하게 된 것이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그 뒤로 로랑 코르샤에게서 연주를 함께 하자고 자주 연락이 왔고 변애영은 자신을 음악적으로 인정해주는 게 고마워서 흔쾌히 함께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토요일 저녁에 갑자기 시간이 있냐고 해서 출석하는 한인교회에서 작은음악회가 있다고 했더니 불쑥 자기도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하더란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2014.4.16)가 있었고 5월에 한인교회에서 희생자 추모음악회를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로랑 코르샤는 자기도 세월호 뉴스를 보았기에 추모음악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변영애의 생각으로는 로랑 코르샤가 교회 연주를 하기에는 너무 유명한 음악가라서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자기도 꼭 추모를 하겠다고 해서 함께 음악회를 하게 되었고 이후 더욱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미 한국에는 4번 정도 방한해서 연주를 한 로랑 코르샤는 크로스오버계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클래식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는데, 풍부한 기량과 음악적 다양성을 갖춘 좋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다시 그들을 한국무대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