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곡지구로 이전 개관 예정인 강남 LG아트센터
2021년 마곡지구로 이전 개관 예정인 강남 LG아트센터

[아츠앤컬쳐] 한국의 모든 에너지가 집중된 서울에 LG그룹에 의해 중대형 문화공간이 하나 더 추가된다. LG그룹은 김포공항 인근 마곡지구 177,015㎡부지에 4조 원을 투입해 LG사이언스 파크를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개관할 계획이다. 이 중 23,000㎡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건축 면적 15,000㎡ 규모의 LG아트센터를 지어 3년 후인 2021년에 개관하는데, 1,300석의 대극장과 4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서울이 우리나라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 시설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서부지역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화시설이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은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은 서울도 세계적 도시들에 비해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문화시설 하드웨어에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1천만 명 내외가 사는 서울에 세계적 오케스트라, 세계적 오페라단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다수의 기악 연주자, 성악가들이 세계적 콩쿠르에서 수시로 입상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개인은 강하나 집단으로는 약하다는 우리 문화의 현주소인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한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의 책임이지만 그보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리더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서울시향이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급부상 중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집단으로 어떤 것을 성취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일 수 있다.

마곡에 새로 생길 LG아트센터는 한국인의 집단적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롯데그룹은 잠실에 우리나라 최고층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준공시키며 그 옆에 롯데콘서트홀을 준공시켰다. 롯데그룹은 이 공간을 대관용 하드웨어로만 준비했는지 개관 몇 년이 지나도록 그룹 자체가 주도하는 문화콘텐츠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가가 주도하는 예술의전당조차도 전속단체가 없이 대관 위주로 문화공간이 운용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민간 그룹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민간기업이 예술에 투자하는 경우,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 위주로 기획된다. 최근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나오시마 예술섬의 경우도 그렇다. 나오시마 예술섬을 기획한 후쿠다케 회장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맡겨 지중 미술관을 완공하고 그친 것이 아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땅속 미술관에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등 자체 컬렉션을 전시함으로 전 세계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신축 개관한 루이뷔통 미술관도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 루이뷔통의 컬렉션들을 보여주는 것이 본질이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미술관 MoMA는 건축적으로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설립자 그룹 중 하나인 록펠러 가문은 MoMA 부지만 기증한 것이 아니라 그 유명하고 방대한 MoMA 컬렉션의 상당 부분에 기여하고 대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기증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LA 폴 게티 뮤지엄의 경우도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건물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폴 게티 컬렉션을 감상하러 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의 문화투자는 하드웨어 건립에 이어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프로젝트가 이어질 때만이 문화투자에 대한 진정성이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마곡 LG아트센터에 1,300석의 대규모 오케스트라, 오페라, 발레, 뮤지컬용 1,300석 대극장과 다목적 400석 공연장 계획은 공감이 힘들다. 일단 1,300석 콘서트홀의 개념이 애매하다. 음향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최적 규모는 일반적으로 1,500석에서 2,000석 사이다. 나아가 베를린필, 빈 필이 내한 연주할 경우 1,300석으로는 매표 수입에 한계가 있어 공연 성사가 어렵다. 최적 콘서트홀에서 오페라를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오페라극장에서 최적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일도 음향 조건상 어렵다. 실은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LG그룹은 강남 역삼동에 1,143석 규모의 LG아트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힘을 얻어 마곡지구에 강남보다 더 큰 1,300석 규모의 아트센터를 계획한 것은 실제로 LG그룹이 박수받을 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 의견도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글 | 강일모
前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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