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헝가리’를 현지어로 머져르오르사그(Magyarország)라고 한다. 머져르(Magyar)는 헝가리 민족을 가리키는 이름인데 국내출판물에서는 보통 ‘마자르’라고 표기되어 있다. 오르사그(ország)는 ‘나라’라는 뜻이다. 마자르 민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설이 있지만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옛날 그들은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쪽에 걸쳐 광활한 평원에서 살던 터키계 민족과 같은 유목 민족이었다. 기원후 9세기 후반, 그들은 유목 생활에도 적합하고 방어에도 유리한 지형을 갖춘 곳을 찾아 떠나 도나우강이 흐르는 카르파티아 분지에 896년경에 다다랐다. 그해가 바로 헝가리의 건국 원년이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예로부터 ‘도나우강의 여왕’ 또는 ‘도나우강의 진주’ 등으로 불린다. 한편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 서쪽의 부더(Buda)와 부다의 북쪽 오부더(Óbuda), 그리고 강의 동쪽 페슈트(Pest)가 1873년에 통합되어 이루어진 도시로 헝가리 현지발음은 ‘부더페슈트’에 가깝다.
도나우강변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은 단연 헝가리 국회의사당이다. 이 국회의사당은 1873년에 부다페스트가 탄생할 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당시 페슈트지역은 개발이 별로 되지 않은 허허벌판 같은 상태였다. 그 후 헝가리 건국 10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페슈트지역 개발계획이 수립되었다.
당시 헝가리는 오늘날처럼 완전 독립국이 아닌 합스부르크 왕가 주도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1880년 헝가리 의회는 헝가리 민족의 자존심을 보여줄 국회의사당 건물을 페슈트지역 도나우강변에 세우기로 결의하고는 이를 공모전에 부쳤다.
공모전에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를 비롯 19명의 쟁쟁한 건축가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부다페스트 공대 교수 임레 슈테인들(Imre Steindl)의 계획안이 선정되었다. 이리하여 1885년에 대망의 건립공사가 시작되었고 임레 슈테인들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맞는 해인 1896년에는 완공되지 못하고 도나우강변에 화려한 모습을 확고하게 드러낸 것은 착공한 지 19년이 되는 해인 1904년이었다. 그사이에 임레 슈테인들은 눈이 어두워져 자신의 건축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1902년에 사망했다.
국회의사당은 규모로 보면 헝가리에서 가장 크고, 높이는 페슈트지역에 같은 시기에 세워진 이슈트반대성당과 함께 96미터인데 이것은 헝가리가 건국된 해인 896년과 건국 1000년을 기념하는 해인 1896년을 상징하는 것이다. 외관을 보면 국회의사당은 365개의 첨탑으로 장식되어 있고, 외벽에는 섬세한 조각과 장식이 워낙 많아서 어느 부분은 항상 보수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양식으로 본다면 런던 템즈강변에 세워진 영국 국회의사당처럼 당시 사람들이 선호하던 고딕양식 복고풍이다. 다만 돔은 르네상스양식 복고풍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15세기에 르네상스 시대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세운 피렌체 대성당의 8각형 돔을 모델로 하여 16각형의 돔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건물 내부공간의 배치를 전체적으로 보면 바로크양식 복고풍이다. 이와 같이 한 건물에 여러 가지 양식이 절충되고 혼합되어 있지만, 헝가리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국회의사당이 오로지 헝가리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서만 디자인되고 완공되었다는 사실이다.
한편 서양에서 국회의사당을 Parliament(영어), Parlament(독일어), Parlamento (이탈리아 및 스페인어), Parlement(프랑스어) 등으로 표기하는데 라틴어 파를라멘툼(parlamentum)이 어원이 된다. 즉, ‘말하다(parla)’에 명사형 어미 -mentum이 붙은 꼴이다. 그런데 헝가리에서는 이와는 완전히 달리 ‘오르사그하즈(Országház)’라고 한다. 오르사그(Ország)는 ‘나라’, 하즈(ház)는 ‘집’이니 ‘나라의 집’ 이란 뜻이다. 즉 순수한 헝가리어다. 그러고 보면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헝가리 민족에게는 매우 신성한 건축물인 셈이다.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외에도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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