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춤추다
[아츠앤컬쳐] 남녀의 커플 댄스 중 가장 정열적이고도 매혹적인 춤은 탕고인 것 같다. 반도네온 소리에 맞춰 인상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남녀의 춤은 가히 유혹의 기술을 보여주는 듯하다. 탕고 춤만큼이나 탕고 노래들도 매력적인데 일찍이 아르헨티나에서 유행한 탕고 칸시온(tango cancion)이 이를 말해준다. 탕고 칸시온은 ‘탕고’와 ‘노래’의 합성어로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 시대에 개화기를 맞은 장르다.
가르델의 활동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탕고 노래들은 곧 각 나라의 문화들과 만나 다채로워지며,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유명 가수들의 레파토리가 되었다. 1970년대에는 그리스 출신의 가수 비키 레안드로스(Vicky Leandros)가 ‘탕고 다모르’를 발표하였는데, 아르헨티나 탕고와는 사뭇 다른 경쾌한 분위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탕고 다모르’는 ‘사랑의 탕고’를 뜻한다. 탕고 노래들이 삶과 사랑, 이별과 재회를 다루듯 ‘탕고 다모르’도 사랑하는 남녀 간의 이별과 마지막 탕고 춤을 노래한다. 당시 유행하던 샹송과 슐라거(Schlager: 독일 유행가) 스타일이 반영된 이 곡은 비키의 1976년 싱글 음반에 실려 발표되었다. 정통 탕고 보다는 콘티넨탈 탕고에 가까운 ‘탕고 다모르’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발표되어 유럽 시장을 강타했다.
“모든 것은 이 탕고에서 시작됐죠. 그리고 여기서 멈추겠지만 난 울고 싶진 않아요. 정직한 운명은 이별을 부른다 해도 이 노래가 우릴 묶어줄 거예요. 나와 함께 사랑의 탕고를 춰요. 난 전과는 다른 사랑에 빠져들었고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아름다웠죠. 우리 다시 사랑의 탕고를 춰봐요.”
‘탕고 다모르’의 저작자는 함부르크 출신의 작곡가 클라우스 먼로(Klaus Munro)와 비키의 아버지인 레오(Leo) 레안드로스이다. 레오는 그리스 태생으로서 작곡가, 매니저, 프로듀서로 일하며 비키의 음악 활동을 전면적으로 도왔다. 레안드로스 부녀는 그리스에서 독일로 이주해 활동지를 확장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탁월한 재능과 당찬 표현력을 보였던 비키는 전 유럽을 무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유로비전의 꽃’으로 불린 비키의 별명은 불과 18세의 나이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에 참가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룩셈부르크 대표로 출전한 그녀는 ‘L'amour est bleu(사랑은 푸른색)’으로 4위에 올랐다. 그녀의 첫 히트곡이 된 이 곡은 차차 많은 가수에 의해 커버되며, 폴모리아(Paul Mauriat) 악단의 앨범을 통해 1967년 빌보드 핫100의 1위에 랭크된다.
비키에게 행운을 안겨준 유로비전과의 선연은 1972년에 다시 이어지는데 대회곡인 ‘Après toi(그대 이후)’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영미권에서 ‘Come what may’로 번역되어 인기를 누린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6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로 비키에게 골든 디스크 상을 안겨준다.
비키의 수많은 히트곡 중 ‘탕고 다모르’는 매우 특별한데 이는 그녀가 부르는 탕고 스타일이 기존 탕고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젊고 신선한 비키의 표현력은 기존 탕고의 강렬하고 저돌적인 뉘앙스에 생동감을 더한 듯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조와 장조를 오가는 탕고의 전형에 침식되지 않고, 도리어 날아오르듯 자유롭고 매력적이다. 이러한 느낌은 콘티넨탈 탕고 스타일과도 연관되는데 반도네온을 대체한 아코디언의 기민성과 현악 중심의 화려한 선율미가 또 다른 낭만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탕고 춤이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탕고 다모르’는 분명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 둘 멋진 노래이다. 특히 비키의 독일어 버전은 언어적 특성이 주는 리드미컬한 액센트를 즐기게 만든다. 클래식한 버전을 찾는 사람에겐 핀란드의 오페라 가수인 카리타 마틸라(Karita Mattila)의 버전을 추천하고 싶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