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유난히 계절을 연상시키는 노래가 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귀를 사로잡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바로 그러하다. 소박하고도 청량한 멜로디, 가사 곳곳에 담긴 간절한 사랑의 바람은 듣는 이로 하여금 노래에 동화되어 흥얼거리게 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어느 장소에서 누가 부르던 마음에서 얼굴로 번지는 미소를 느끼게 하는 노래인 듯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노르웨이 출신 그룹 시크릿 가든의 데뷔 앨범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1996년 <Song From A Secret Garden>에 수록되었던 이 곡은 2006년에 와서 국내 중견 작사가인 한경혜의 개사로 바리톤 김동규에 의해 불렸다. 당해 쿠킹뮤직은 김동규의 크로스오버 앨범을 발매했는데, 여기에는 타이틀곡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외에도 다수의 가요와 뮤지컬, 팝송이 클래시컬한 무드로 실려 있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의 자취를 따라가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Danse mot vår’라는 원곡의 존재이다. 원곡은 시크릿 가든의 창단 멤버인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이 썼으며, 1992년 엘리자베스 안드레센(Elisabeth Andreassen)의 싱글 <Stemninger>에 실렸다. 안드레센은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지닌 노르웨이 가수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및 여러 유럽 페스티벌을 휩쓴 바 있다. 그러한 그녀답게 ‘Danse mot vår’에 실린 목소리는 깔끔하고 탄력적이며 유연한 표현력을 보인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안드레센이 구사하는 꾸밈음과 왈츠풍의 선율감이다. 이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는 사뭇 다른 계절감을 선사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Danse mot vår’의 뜻이 ‘봄을 향한 춤’이기 때문이다. 즉 ‘Danse mot vår’는 가을이 아닌 봄을 위한 노래이며, 내용 또한 사랑이 아닌 삶의 향유를 나타낸다.

“꽃이 만발한 초원을 방황하듯 걷겠네. 모든 감각이 길을 찾도록 놓아두리.

봄이 옷을 갈아입고 바람이 어루만지는 때, 당신에게 왈츠를 권하니 와서 함께 춤추자.

나는 봄을 향한 왈츠를 추고 싶네. 피부로 느끼고 싶네.

새로 태어날 한 해 속에서 온몸으로 생명을 맞이하고 싶네.”

‘Danse mot vår’는 ‘Serenade To Spring’란 제목으로 시크릿 가든의 대표곡이 되었다. 클래식과 켈틱, 북유럽 포크 스타일이 뒤섞인 이들의 뉴에이지풍 연주는 가사 없이도 충분히 봄의 향취를 전달한다. 시크릿 가든은 1999년의 내한 공연 이래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했는데, 이들의 첫 앨범은 국내에서 30만 장 이상 판매되며 플래티넘 레코드로 인정받기도 했다. ‘Danse mot vår’의 인기는 이후 노르웨이의 크로스오버 가수인 안네 바다(Anne Vada)를 통해 지속되었다. ‘Danse mot vår’가 수록된 그녀의 앨범 <Boundless Love(2002)>에는 대표곡 ‘Varsog’을 위시해 유명 뮤지컬과 영화 O.S.T들이 신선한 터치로 녹아 있다. 조금 더 팝(pop)에 친밀감을 느끼는 세대라면 트린 레인(Trine Rein)의 버전 또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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