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2월이 되면 외래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평소와 같은 화장품을 쓰는데 얼굴이 따갑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실내 난방이 시작되면 피부가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차가운 바람과 건조한 공기는 피부 표면의 수분을 빠르게 빼앗고, 피부장벽이라 불리는 보호막의 균형을 흐트러뜨린다. 이 보호막이 약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따갑고, 건조한 부위가 울긋불긋해지며 잔주름도 눈에 띄게 깊어진다. 많은 사람이 겨울이 되면 피부가 갑자기 예민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다.
피부장벽은 물과 기름 성분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며 피부를 감싸는 구조다. 그런데 환절기에는 이 비율이 흔들린다. 피부 표면의 지질 성분이 줄어들면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미세한 염증반응이 생기면서 붉어짐이나 따가움이 더 잘 나타난다. 같은 화장품인데도 어느 날 갑자기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결국 겨울철 피부관리의 핵심은 피부장벽이 잃어버린 부분을 정확히 채워주는 데 있다.
건성 피부는 기본적으로 유분이 부족해 추운 계절에 가장 먼저 무너진다. 이럴 때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처럼 피부장벽을 구성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흔히 많이 쓰는 히알루론산은 수분을 잡아주는 기능에는 뛰어나지만, 지질 성분 부족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건조함이 심한 사람은 수분 제품만 덧바르는 것보다 지질이 풍부한 보습제를 중심으로 루틴을 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반대로 지성 피부는 겉은 번들거려도 속이 당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지가 줄어서가 아니라, 피지의 성질이 달라져 모공 안에서 염증 물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겨울철 지성 피부는 과한 닦아내기 제품이나 알코올 토너를 쓰면 오히려 더 자극을 받기 쉽다. 피부를 진정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가벼운 보습제를 바르고, 각질이 쉽게 쌓이는 사람은 자극이 적은 산성 성분을 소량 사용하면 모공이 답답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감성 피부는 이 시기에 증상이 가장 심해진다. 찬 공기만 스쳐도 화끈거리는 사람들은 장벽이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피부를 진정시키는 식물 유래 성분이나 판테놀처럼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만 천연 성분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며, 향이 강하거나 에센셜 오일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오히려 자극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건조함과 함께 탄력 저하가 눈에 띄기 시작하고 피부 재생력이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회복이 늦기 때문에 어떤 기능성 제품을 쓰더라도 먼저 장벽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피부가 예민해져 기능성 화장품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붉어짐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농도가 강한 제품을 갑자기 사용하는 대신, 보습을 충분히 유지하며 천천히 적응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그러므로 12월에는 “무엇을 더 바를까”를 고민하기보다, “내 피부가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먼저 살펴볼 시기다. 세안은 과하게 하지 않고 자극이 적은 제품으로 하는 것이 좋다. 보습제는 피부 타입에 맞춰 고르고, 필요하다면 오일이나 크림으로 마지막에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매일의 루틴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겨울철 피부는 상당히 안정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일수록 우리 피부도 쉬어갈 공간이 필요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과하게 이것저것 시도하기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