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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우리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메신저 알림이 울리고, 보고서를 작성하다가도 휴대전화가 진동하면 무심코 화면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뇌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빠르게 한 일에서 다른 일로 옮겨 다니는 과정에 가깝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는 뇌의 앞에 위치한 전두엽이 활발히 움직인다. 이 부위는 목표를 기억하고, 방해되는 자극을 걸러내며, 지금 해야 할 일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이때 뇌는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 사용한다. 마치 손전등을 한 곳에 비추는 것과 비슷하다. 빛이 모이면 더 선명해지듯, 정보도 더 깊이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수는 줄어들고, 일을 마친 뒤에는 비교적 개운한 피로가 남는다.

 

반대로 여러 일을 번갈아 처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고서를 쓰다가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문서로 돌아오는 순간마다 뇌는 규칙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부위가 반복적으로 동원되고,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겉으로는 잠깐의 확인처럼 보이지만, 뇌는 매번 작은 재정비를 하는 셈이다. 이런 전환이 잦아지면 집중 시간은 짧아지고, 실수는 늘어나며, 처리 속도도 떨어진다.

 

피로의 질도 다르다. 한 가지 일에 몰입했을 때의 피로는 운동 후 근육이 뻐근한 느낌과 비슷하다. 반면 계속해서 작업을 바꾸는 날에는 특별히 큰 성과가 없어도 유난히 지친 느낌이 든다. 이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부위가 더 자주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긴장 상태가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고, 마음이 예민해지며,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게 된다.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쉽게 산만해진다. 반대로 일정 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습관은 뇌 회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반복될수록 집중하는 힘이 강화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도 높아진다.

 

컴퓨터는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도록 설계되었지만,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한 방향으로 정렬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바쁜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뇌 건강 관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정 시간만이라도 알림을 끄고, 하나의 과제에만 빛을 비추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집중했는가가 뇌를 덜 지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결국 우리 뇌가 진짜 휴식을 얻으려면, 잠시나마 연결을 끊는 '인지적 단절'이 필요하다. 흔히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만, 뇌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계속 처리해야 하는 또 다른 노동일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나 중요한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을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옆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그 존재를 신경 쓰느라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계속 써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알림을 꺼두고 정해진 시간에만 메시지를 확인하는 습관은, 뇌가 매번 새로운 규칙을 로딩하느라 겪는 수고를 덜어주는 가장 다정한 배려가 된다.

 

글 ㅣ김혜원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서울베데스다의원 신경과 원장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前 방병원 뇌신경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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