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Ruach 시리즈에 대해 문상미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불고, 바람소리를 들어도 그게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그 시간은 내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고, 없는 것 같지만 존재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자라는 시간이다.” 작가는 자신의 신앙에서 얻은 영감을 따라 작품 활동을 한다. 섬세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신앙적 가치가 예술로 승화되어 텍스쳐의 질감과 깊고 은은한 색상이 주는 평온함이 녹아 있다.
작가는 초기에 주로 자연을 소재로 사실적 묘사를 했다. 뉴욕에서 어려웠던 시간들을 신앙으로 견디며 문 작가는 그림 작업으로 영적 위로와 평안을 얻고 2012년에 ‘성령의 9가지 열매’ 전시회를 가졌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9가지 주제로 판넬 위에 흐르는 색과 색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하고 신앙적 감동으로 캔버스를 채우며 절망은 희망으로, 역경은 단련으로 바뀌었다.
작가는 성악가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만토바로 이주한 후 회반죽에 아크릴을 섞어서 부드러운 질감의 은은한 색감으로 자신만의 텍스쳐를 완성했다. 그녀는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 속에서 삶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다. 조금씩 유연해지는 평안함을 담은 작품들에 ‘Ruach 2019-성령, 바람, 호흡’이라는 제목으로 밀라노 총영사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가장 부드럽고 약한 소재의 꽃과 딱딱하고 강한 소재인 돌가루와의 만남, 자연이라는 두 소재의 공통성과 상반된 성질과 촉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화로 부드러움과 무게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꽃잎을 새기듯 파내고 돌가루를 입혀 명암이 아닌 질감으로 꽃의 입체감을 표현하는섬세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시간의 무게를 더한다. 작가의 꽃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닌 견디고 이겨내는 시간 그리고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꽃 속에 펼쳐진 돌의 무게감과 자연이 주는 빛의 반짝임으로 한겨울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새 생명의 숨을 들이키듯이 무심히 지나치던 돌의 표면이 작가의 손끝에서 꽃의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재탄생되었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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