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새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이루고 싶은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혹시 매년 같은 주제의 불가능한 소원을 빌지라도 우리는 그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무에도 빌어보고 눈을 들어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면서 기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는 땅만을 바라보던 인간이 눈을 하늘로 돌리면서 참으로 많은 상상력과 연구가 시작되었다.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달은 여러 신화를 통해 만들어진 상상력의 보고였다. 우리만 해도 달나라에 토끼가 살면서 떡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도 마찬가지로 달에 대한 신화나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는데, 달나라에대한 로망이 만들어 낸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룬 오페라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오페라를 많이 남기지 않은 작곡가 하이든의 작품 <달나라, Il mondo della luna (1777년 8월 3일 헝가리의 베르사유로 불리던 로코코 스타일의 에스테르하자 궁전에서 초연)>가 그것이다. 이 오페라는 하이든의 후원자였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막내아들 Nikolaus Esterházy 백작의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오페라에는 세 쌍의 연인들이 등장하는데 돈 많은 부오나페데의 두 딸과 하녀가 그 주인공이다. 부오나페데의 첫째딸을 사랑하는 예비 천문학자 에클리티코는 둘째딸을 사랑하는 에르네스토와 합작해 그녀들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두 사람은 달나라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망원경을 보여주며 부오나페데에게 달나라 여행을 제안한다.

물론 망원경은 속임수에 불과했으나 부오나페데는 흔쾌히 허락하고 수면제를마신다. 그 사이 에클리티코의 친구들은 온 집안을 달나라로 꾸미고 요상한 의상들을 준비한다. 에르네스토의 하인 체코는 달나라 왕인 척하며 부오나페데에게 두 딸과 하녀(리젯타)를 데려오는 것을 허락하고 별의 모습으로 변장한 두 친구가 딸들과 하녀를 데리러 온다. 역시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깨어난 그녀들은 아버지로부터 결혼을 허락받고 달나라 황제로 변장한 하인 체코 또한 평소 연모하던 부오나페데의 하녀(리젯타)와 결혼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달나라에 왔다고 완전히 믿어버린 부오나페데는 자신의 금고 열쇠까지 내주지만 결국 모든 것이 연극이었음이 들통나고 부오나페데는 분노한다. 그러나 코믹 오페라답게 결국 용서하고 연인들은 결혼을 허락받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맺는다.

1777년 하이든의 오페라 이후 수백 년이 흐르고 체코의 작곡가 야나첵이 그의 다섯번째 오페라 <딱정벌레 박사의 달나라와 15세기로의 여행(National Theatre in Prague on April 23, 1920 초연)>을 발표한다. 이 오페라는 야나첵이 유일하게 브루노에서 초연하지 않은 오페라이기도 하다. Svatopluk Čech의 원작 소설을 오페라로 구현하기 위해 야나첵은 최소 일곱명 이상의 대본 작가들을 고용해 매달렸다. 원작자는 생전에 야나첵에게 작품을 사용할 권한을 주지 않았지만 야나첵은 그의 사후에 가족을 설득해 독점 사용권을 받아냈을 정도로 이 작품에 집착했다.

오페라의 내용은 꽤 복잡한데 <호프만의 이야기>나 <파우스트>와 같이 시공간을 초월해 급작스럽게 변해버린다. 1888년 프라하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버릇이 나쁘기로 유명한 주인공은 오늘도 술에 취해 길을 걷고 있다. 우연히 자살을 시도하는 여자를 만나 자살을 만류하던 중 그녀와 결혼을 약속하고, 이 약속 이후 주인공은 꿈을 꾸듯 달나라로 가 휴식을 취하기 원한다. 달나라로 간 주인공은 그곳의 예술가들과 만나 교류하지만 금방 싫증을 내고, 그곳에서 꽤 인기 있는 외지인으로 여인을 만나 사랑도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다시 프라하의 술집으로 돌아온다.

또다시 술집에서 세월을 보내던 주인공은 사람들과 중세시대 만들어진 지하통로에 관해 이야기하다 실제 통로에서 체흐(이 소설의 저자)를 만난다. 체흐는 시대를 비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다 갑자기 1420년 신성로마 제국에 대항하는 시기로 돌아가 얀 휘스(체코의 종교개혁가)같은 역사적 인물과 만나 독일 스파이로 몰리기도하고 위기를 넘기나 싶다가도 화형까지 당하게 되는데, 눈을 떠보니 다시 1888년 프라하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 보아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오페라는 주정뱅이가 늘어놓을 법한 황당하고 비현실적 시간여행과 역사적 사건, 이 두 개의 스토리를 엮느라 관객에게 길고 복잡하다는 인상만을 준다. 그런 이유로 이 오페라는 세계무대를 통틀어 아주 드물게 공연되고 있다. 미국 공연을 진행하던 리차드 버나드쇼조차 이 작품에 대해 “두 개의 오페라를 하나로 묶어버린 단점을 가진 걸작”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달나라 여행이란 한때 완전한 망상에 불과했고 점차 보통 사람들도 달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란 상상도 소설 쓰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글라이더에 엔진을 달고 12초 동안 37m를 날아오르는 실험에 성공한 이후, 인간이 스스로 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인간은 로켓을 쏘아 올려 달에 처음 발을 딛게 되었다. 얼마 전 화성에 도착한 위성 ‘인사이트호’가 보낸 화성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화성으로의 개인 여행객 모집 중이란 뉴스까지 보고 있자니 소설 속에 들어온 듯 얼떨떨하다. 과학의 발전은 참으로 눈부시다. 그러나 과학의 시작점엔 황당한 상상이 있었다.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www.mculture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