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샹성당
롱샹성당

[아츠앤컬쳐] 마르세유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르꼬르뷔제의 유명 건축물이 존재한다. 바로 빛나는 도시계획으로 잘 알려진 집합 주거단지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다.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유명 건축 거장들의 숭배에 가까운 찬양을 받고있는 르꼬르뷔제 자신처럼 고층건물의 원형이자 현대 주상복합의 효시로 불리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꼬르뷔제는 아마도 르네상스의 브루넬레스키 이후 가장 존경받는 건축가가 아닌가 싶다. 2016년에는 프랑스부터 인도까지 총 7개국에 걸쳐 존재하는 그의 17개나 되는 건축물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건축사에서 그 명성이나 존재감은 대단하다. 17개의 유네스코 등재 건물 중에서도 특히 빌라사보아, 롱샹성당,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잘 알려진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빌라 사보아
빌라 사보아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프랑스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손된 마르세유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합건축물을 구상하며 르꼬르뷔제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르꼬르뷔제는 자신이 이상향적인 미래도시로 제시했던 ‘빛나는 도시이론’을 실천하면서 설계하고 기둥 위에 지어진 수직 형태의 337개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집합주거건물인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완공하게 된다. 이 집합건물에 식료품점, 제과점, 카페, 식당 등 각종 서비스와 사무실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일반인들이 출입하도록 설계한 테라스 지붕에는 유치원, 체육관, 수영장, 옥상정원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복합건축물에 대해 좁고, 비위생적이며, 정신병자 수용소 같다는 거센 여론도 있었으나, 결국 1952년에 완공되었고, 오늘날 프랑스 근대건축문화재로 그리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유니테 다비타시옹

고층건물들 사이의 공원으로 이뤄진 모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으로 주택공급이 필요하던 시기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었으며 그가 제시한 ‘빛나는 도시’는 곧 현대식 도시의 모태라 불리고 있다. 빛나는 도시란 르꼬르뷔제가 1922년 발표한 300만을 위한 도시계획부터 시작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내놓은 도시계획 구상을 집대성한 것이다.

당시의 대부분의 도시를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과거 중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문제를 지닌 곳으로 인식하고 부분적 개조가 아닌 전면적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진단 하에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좁아터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당시 도시구조 상태에 대해 르꼬르뷔제는 당나귀가 이끄는 마차에 의해 길이 난 도시의 모습은 마치 대동맥이 없고 모세혈관만 있는 형국이라며 살기 좋은 현대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 보다 인간의 습성을 고려한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복도
유니테 다비타시옹 복도

사실 유럽의 도시는 이미 중세, 근대풍의 건물로 포화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 도시계획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유니테 타비타시옹은 이런 그의 도시계획에 관한 생각이 부분적으로 잘 반영된 건축물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신도시들도 이 개념을 받아들여 자동차를 중심으로 업무지구와 주거지구를 나누며, 넓은 녹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게 되었다. 사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들도 르꼬르뷔제의 영향을 부정하기 힘들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337가구가 들어간 12층짜리 단일 건물로 5층에는 건물 거주민들이 사용하는 상가가 들어서 있다. 1층은 7m 정도 땅에서 수직으로 올라가 있고 옥상에 가면 유치원과 놀이터 그리고 정원이 있다. 필로티와 옥상정원은 르꼬르뷔제가 직접 이름을 붙인 ‘현대 건축의 5원칙’에서도 등장하는 그의 대표적인 건축이론 중 하나로 필로티의 경우 자동차의 회전 반경을 근거로 하여 계획되었으며 아이들이 보호되어 놀 수 있고 작업공간이 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옥상의 정원은 건물이 들어서며 사라진 녹지를 대체하며 필로티에 할애된 공간을 대체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르꼬르뷔제
르꼬르뷔제

모든 가구는 복층형으로 한 가구가 2개 층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었고 복도는 3개 층마다 하나씩 있는데, 중앙에 있는 복도에서 한 세대는 밑으로 한 세대는 위층으로 진입하도록 해 공용면적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통상 아파트는 단층으로 천장이 낮고 답답한 구조인 것에 반해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중복도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가구마다 복층이 있어 맞통풍이 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시원한 자연 바람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게 설계되었다.

복도에서 왼쪽 편에 있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이 있고 더 들어가면 복층의 거실이 있으며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맞통풍이 되는 방 3개가 있다. 중복도에서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부엌이 있고 한 층을 내려가면 맞통풍이 되는 복층이 있는 방 1개와 보통 방 2개가 있어 서로 다른 가구가 맞물리며 맞통풍도 되는 점은 50년이 지난 지금 봐도 혁신적인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르꼬르뷔제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철학이라 할 수 있는 모듈러일 것이다. 모듈러 이론이란 기존 건축에 사용되던 미터법이나 인치법 대신 인간 신체의 척도와 비율을 기초로 황금분할을 찾아내 그것을 건축학적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최소한의 공간 속에서 사람이 팔을 벌리고 움직일 때 불편함이 없도록 건축한 것이다. 황금비율을 모듈러 시스템에 적용했고, 이를 다양하게 조합해 건축 재료와 공간분할의 기준 수치로 삼는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6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임에도 그 창의성과 편의성 그리고 혁신적인 디자인은 지금 봐도 참 세련되고 놀랍다. 더불어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이렇게 대도시의 품격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고 인간의 삶의 질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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