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Landscape_Hendrick Avercamp(1600년대초반 추정)
Winter Landscape_Hendrick Avercamp(1600년대초반 추정)

[아츠앤컬쳐]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헨드릭 아베르캄프(Hendrick Avercamp, 1585-1634)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귀먹은 벙어리로 태어났다. 이는 말을 못하던 어머니의 병력에 더하여 듣지 못하는 유전형질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의학을 공부했던 형제와 약사로 일하던 아버지를 두어 어렵지 않은 삶을 영위하며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다양한 기록에서 그의 이런 신체장애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나 신체적 고난이 그의 생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체적인 한계 등의 이유로 사회적으로는 소외되어 살았을 수 밖에 없었던 아베르캄프는 당시 네덜란드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동시대 유럽 겨울풍경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미술사 연구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첫 언급은 1816년의 문헌에서야 비로소 찾아볼 수 있으며, 이후에도 다른 화가들의 이름과 혼동되어 언급되다가 1880년대에 이르러 그의 일생을 다룬 전기가 정확한 조사를 토대로 정리되었다. 아베르캄프의 겨울풍경화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들이 수행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이다.

A Scene on the Ice_Hendrick Avercamp(1600년대초반 추정)
A Scene on the Ice_Hendrick Avercamp(1600년대초반 추정)

아베르캄프의 겨울풍경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각계각층의 남녀노소로 구성되어 있다. 백여 명부터 많게는 이백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겨울철 활동과 놀이로 분주하다. 아베르캄프의 겨울풍경화에 재현된 겨울철 교통수단은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은 계층, 성별, 직업, 결혼 유무와 출신 같은 서로 다른 조건을 다양한 의복을 통해 엄격하게 구분했다. 여기에는 최신의 유행을 따라 깔끔하게 차려 입은 신사와 숙녀에서부터 꼬리가 없는 짧은 재킷이나 싸구려 모피 코트를 입은 시골 출신의 빈민층 남녀, 암스테르담시의 시립 고아원 원복을 입은 고아들, 땋은 머리로 이마를 감싼 기혼 여성, 다양한 색이 있는 천으로 끈을 만들어 머리 전체에 두른 미혼 여성, 집시들과 흑인 남자아이 등이 등장한다. 당시 빙판은 이렇게 다양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Winter Landscape with Ice Skaters_Hendrick Avercamp(1608)
Winter Landscape with Ice Skaters_Hendrick Avercamp(1608)

계층과 성의 구분에 따라 주어진 역할과 사회적 위치에 충실했던 네덜란드인들에게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상황이다. 빙판 위의 놀이를 통한 사교가 정기적으로 제공해주는 활력은 네덜란드 사회 전체의 공통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겨울철 스케이트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실내에서 발생하는 스케이트장 사고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던 대학생 A씨가 아이스링크에서 넘어지면서 펜스에 충돌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A씨는 하지마비 등의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사실 안전펜스만 제대로 구비되었다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당시 해당 아이스링크에 있던 매트들은 한번도 안전성 테스트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법원은 규격 미달 안전매트를 설치하는 등 아이스링크를 부실 관리한 대학 측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내렸다. 재판부는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선수 안전규정에 의하면 두께가 40㎝ 이상인 안전매트를 아이스링크 둘레에 설치해야 하는데, 사고 당시 설치된 안전매트의 두께는 20㎝에 불과했다”며 “그마저도 15년 동안 교체되지 않은 채 안전성 검사도 실시되지 않아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선수들의 신체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스링크 이용자가 안전펜스에 충돌하더라도 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춘 매트를 아이스링크에 설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물론 항상 스케이트장 관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B씨는 C씨가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에서 안전수칙에 따라 스케이트를 타던 중 진행방향 맞은편에서 반대로 스케이트를 타고 오던 어린이와 충돌하여 그 어린이를 붙잡은 채로 뒤로 넘어져 골절상을 입게 된다. 법원은 “스케이트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않은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스케이트장 설치·보존자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야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을 하였다.

스케이트장 출입구의 오른쪽에는 스케이트를 탈 때 반드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고, 이 스케이트장은 정원이 500명 정도인데 사고 당시 40 내지 50명의 사람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으므로, 안전관리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본다며 C씨에게 배상 책임이 추가적으로 없다고 보았다(C씨가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은 책임보험계약에 가입되어 있어서 C씨는 보험을 통해 이미 B씨에게 보상을 한 상태였고 B씨가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한 상황이었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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