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egas Güell_Antoni Gaudi
Bodegas Güell_Antoni Gaudi

[아츠앤컬쳐]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뛰어난 영감과 유기적인 예술 디자인을 창조한 선구자로 그의 건축은 세상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하며 바르셀로나 등에 중요 작품을 남겼으며, 건축스타일 뿐만 아니라 정원과 조각 등 장식미술의 새 스타일을 개척했고, 곡선위주 설계, 나선형 층계,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을 특징으로 하여 접시와 유리병을 깨트려 그 조각을 타일한 것처럼 사용하였다. 가우디 건축은 스페인 세계유산 중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중요한 왕조나 문화공동체의 유산이 아닌 개인 창조물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가우디는 1852년 6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레우스에서 가난한 구리 세공업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대장간이 있는 마을의 소박한 농가에서 태어나고 아버지는 구리 세공을 하였는데,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대단하여 가우디의 건축 공부를 위하여 가우디가 17세때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와서 건축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는 건축 작업 자체보다 이론에 치중하던 시대였지만, 가우디는 유명 건축사무소의 조수로 일하면서 실제적인 건축의 경험을 축적하는 특이한 행보를 보인다. 가우디는 학창 시절부터 시우타데야 공원을 둘러싼 담장, 기념 분수, 거대한 저수조의 건설과 계산 등을 해냈고 1878년 건축사 자격도 취득하게 된다.

가우디의 건축학교 졸업 작품인 대학의 강당 프로젝트 계획안은 그만의 독특한 장식성이 강렬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고 할 만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어서 모방이 불가능하며 기존의 양식이나 관념에 묶이지 않는 작업이 특징이다.

Casa Milàl_Antoni Gaudi
Casa Milàl_Antoni Gaudi

가우디에게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는 자연의 법칙은 카탈루냐 농가에서의 생활이 계기가 된 것으로 건축 철학의 모태로 자리 잡는다. 그의 작품을 위한 스케치나 수집품을 보면 자신이 커왔던 카탈루냐 지역의 자연을 내면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카탈루냐의 농가 생활에서 자연을 보고 관찰한 나무, 동물, 곤충, 산과 바위 등의 자연물은 통하여 많은 영감을 얻고, 이들을 건축과 결합하여 자연에서 나오는 곡선을 접목해 나갔다.

가우디가 수집한 카탈루냐 지역의 자연물은 현재 가우디의 건축물인 까사 밀라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러한 카탈루냐 특유의 자연물이 그의 건축에서 곡선의 자유로운 평면으로 구사된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가우디의 건축물에서는 자연을 보고 관찰하고 수집된 대상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는 점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자연물들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의 조형물은 대부분 자연물 그대로의 형태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건축의 기능에도 부합되는 디자인으로 제시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건축디자인도 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러한 예술적 활동 과정에서 창작된 건축저작물은 우리나라 법제상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The salamander in Park Güell_Antoni Gaudi
The salamander in Park Güell_Antoni Gaudi

그리고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 ·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카페 건물에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A는 설계사무소의 건축사이고, B는 카페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을 맡긴 실제 건축주이다. A는 강릉에 있는 X가 설계 및 시공한 건축물인 카페 T를 건축서적 등에서 알게 되고 추후 이 건축물의 디자인을 모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B로부터 건축을 의뢰받고, 그때 X의 창작물인 건축디자인을 모방한 건축물을 복제해 건축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는 “X가 설계 시공한 건축물은 창작성이 없고, 창작성이 있더라도 내가 만든 건축물과 X의 건축물의 디자인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X의 건축물은 외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한 디자인 형태로서 전체적인 외관에 미적 창의성을 갖춘 것으로 저작물로 인정된다. A의 건축물이 X의 건축물과 극히 유사한 점, X의 건축물의 외관은 2011년 건축전문도서인 ‘건축세계’에 실리기도 했고, 2012년 강원도 경관 우수건축물로 선정되어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건축사 협회 월간지인 ‘건축사협회’지에 수록되는 등 건축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건축물인 점에 비추어 보면, 동종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A가 X의 건축디자인을 이용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X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 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B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가 X의 건축물을 모방해 설계해 달라며 A에게 건축을 의뢰하여 X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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