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2
홍콩의 역사 발자취를 따라서 온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Asia Society Hong Kong Centre, 이하 ASHK)이다. ASHK는 최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웨스트카우룽 문화 지구(West Kwoolon ArtsDistrict)가 생기기 전 홍콩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 중 하나였다. 이곳은 예술 전시, 연극 공연, 강연회와 세미나, 공연, 역사 관련 전시와 투어, 레저이벤트, 영화 상영 등 아시아 문화예술 이해 증진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주관해온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1957년 존 록펠러 3세( John D. Rockefeller III)가 뉴욕에 설립한 민간 외교사절 단체이다. 유명한 록펠러 가문의 존 록펠러 3세는 지난 140년간 석유 사업으로 번 큰돈으로 대학과 문화, 예술, 교육 분야에 많은 자선 사업을 해왔다.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존 록펠러 3세는 아시아와 미국 문화교류를 위해 특별 기금을 설치했는데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그 기금으로 운영된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30여 개 회원국이 있으며 전 세계에 5개의 센터가 있는데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멜버른, 워싱턴, 그리고 홍콩에 있다. 홍콩 센터는 애드미럴티(Admiralty)역 근처에 자리하며 홍콩의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60년 영국군대 탄약고를 위해 지은 시설이었다.인근 산자락에서 캐낸 석탄을 옮겨와 탄약을 만들던 곳이 20세기 중후반에는 경찰서건물로 사용되다가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용도를 잃고 버려진 상태로 비어있었다. 1999년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지부는 역사 보존과 더불어 복합문화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정부와 성공적인 협상을 하여 부지 임대사용 허가를 받았다.
새로운 사무실과 극장,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여 2012년 처음 문을 열었던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는 여러 건축상을 받았다. 그중 눈여겨볼 것은 현대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상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건축가 협회(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상이다. 2016년 ASHK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미국이 아닌 지역에 선정된 유일한 건축물이다. 잡지 아시아 태틀러(Asia Tatler Magazine)는 지난 100세기 최고 건축물 1위로 ASHK를 선정하기도 했다.
홍콩 센터 설계는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유명 건축가 토드 윌리엄스(Tod Williams)와 빌리 치엔(Billie Tsien)이 맡았다. 이들은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파크웨이에 위치한 반스 미술관(Barnes Foundation Museum), 뉴욕의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American Fork Art Museum)을 설계했던 부부 건축가로 최근에는 시카고에 세울 오바마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축가로도 선정되었다.
이 부부 건축가의 설계와 디자인 컨셉은 크고 거대하며 웅장한 미국의 스케일과는 다소 거리가있다. 하이테크로 무장하여 높고 화려하게 지어지는 건축보다 오히려 소박하고 정갈하여 주변과 조화되는 컨셉을 지향하는데 이런 정서는 동양적인 건축 사상과도 맞물려 있다. 여러 건축 부문 상을 휩쓸었던 뉴욕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에서도 그들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건축은 숫자 나열과 무게 계산이 주가 되는 이과적 학문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 인간이 드나드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잘 만든 건축은 휴머니즘, 나아가 환경에 관한 통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인문학이다. 부부 건축가는 홍콩 센터 부지의 역사적 이해 및 자연환경까지 고려하여 설계 디자인했다.
센터는 영국식민지 시절의 건물과 모던한 도보식 다리, 유리로 만들어진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롭게 지어진 파빌리온과 역사 공간이던 탄약고 건물 위치를 연결하는 다리는 열대우림 숲 위를 지나는데, 마치 현대와 과거의 시공간을 이동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다리는 일자로 쭉 뻗은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는데 이는 리모델링 전 주변 일대 산을 이루고 있던 열대 나무들과 큰 박쥐와 같은 숲속 동식물들의 생태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만들어진 건축디자인이다.
ASHK의 전체부지는 영국군 건물과 숲을 포함하여 약 1,827평 정도 되는데 그중 많은 공간을 자연 그대로를 살려놓았다는 점이 와닿는다. 숲속에 만들어진 작은 극장과 갤러리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석탄을 나르던 기찻길은 여전히 바닥에 보존되어 있고 기존 탄약 보관 장소도 그대로이다.
이 센터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당연히 건물 입구에서 갤러리로 가는 길에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Yasumoto Bridge)와 연결되는 두 건물의 양쪽 공간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투명 다리는 숲속의 허공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다리 끝에서 만나는 전망대에서는 홍콩의 빼곡한 건물 도시뷰와 건물 사이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조화가 한편의 예술 작품 같다. 다리가 시작되는 곳도 불상과 분수대 작품이 뒷산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울창한 숲이 주변 병풍처럼 펼쳐져서 조용한 숲에서 새소리, 매미 소리를 들으며 눈앞의 반짝이는 현대식 높은 건물들을 즐길 수 있는 매력 있는 공간이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모든 것이 포화상태인 홍콩 도심 한복판에 어느 시간대에 가더라도 늘 한적하다는 것은 ASHK의 크나큰 장점 중 하나다. 홍콩섬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 홍콩에 가게 된다면 방문을 주저하지 말자.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