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 1

건축은 그 도시의 역사와 더불어 생활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소재다. 이번 호부터 홍콩에서 눈여겨봐야 할 아름다운 건축물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한다. 전 세계에서 집값이 제일 비싼 도시 홍콩은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하는 숙명을 해결하고자 높이 지어진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홍콩 하면 떠오르는 높은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그래서 현지의 습도와 기후만큼이나 숨 막히게 빼곡하다. 하지만 이런 홍콩 안에도 의외의 건축물들이 존재한다. 이번 호에 소개할 곳은 치린사원(Chi Lin Nunnery, 志蓮淨院)과 난리안가든(Nan Lian garden, 南莲園池)이다.

photo by Aadil Ace
photo by Aadil Ace

치린사원은 1934년에 불교 수도승들을 위해 다이아몬드 힐(Diamond hill)에 지었다. 당시 다이아몬드 힐 주변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중국에서 건너온 피난민들로 이루어진 판자촌이었다. 이 지역을 정비하며 치린사원을 지었는데 사원이 지어진 후에도 가난한 중국 난민들이 사원 주변에 여전히 머물러 사원에서 그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사원은 이른바 당나라(618~907) 목공양식으로 지어진 대규모 비구니 사찰로 약 10,000평의 땅에 도서관과 절탑 그리고 수도승들의 교육공간 등 16개의 홀이 있다.

이 우아한 목조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중국, 일본의 전통 목조 건축가들이 여럿 투입되었는데 건축 공간은 모두 목조 설계로만 이루어졌다. 전체 공간 그 어디에도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여 당나라 전통 방식으로만 지은 것인데 이는 현존하는 목조 설계 건축물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로 기록되어 있다. 치린사원은 1990년 마지막 리노베이션을 거쳐 세계에서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원은 현재 60여 명의 비구니들이 머무르고 있으며 노인보호주택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photo by Rajiv Bajaj
photo by Rajiv Bajaj

치린사원 옆이 난리안가든이다. 2006년에 오픈한 난리안가든 역시 당나라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공원으로 풍광이 아름답다. 난리안가든도 사원 못지않게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약 10,600평 정도 된다. 공원 안 큰 연못(Lotus Pond Garden)은 암석 사이로 잘 정비된 분재들이 마치 일본의 절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photo by Rajiv Bajaj
photo by Rajiv Bajaj

당나라 시대 건축양식이 일본의 건축양식같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나라와 당나라 때 승려들이 한국과 일본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사원 건축양식을 함께 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당나라 이후에도 시대순으로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건축양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일본은 당나라 시대 불교 전파를 통해 이어받은 당나라 건축 양식을 그대로 고수해왔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 건축가들이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치린사원과 난리안가든은 이렇게 당나라 양식으로 재현된 것이라 우리에게는 일본의 전통 건축과 조경 양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photo by Rajiv Bajaj
photo by Rajiv Bajaj

홍콩의 비좁고 빡빡한 생활 양식을 고려한다면 비싼 홍콩 도시 한가운데에 총 20,600평 정도의 놀랄만한 크기의 공간이 공원으로 존재한다는 점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 당나라 시대의 전통 건축 사원이 있는 공원 안에서 공원 너머로 보이는 높은 빌딩과의 조화는 그래서 더 이색적이다. 의외로 빌딩 숲 가운데 자리한 사원과 공원이 도시를 압도하는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바깥 세상과는 사뭇 다르게 사원과 공원 안은 시끄러운 도시를 뒤로 하고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해서 마치 이승에 존재하는 무릉도원 같다. 난리안가든을 걷다 보면 조용하고 서정적인 이곳이야말로 도시 사막 속의 큰 오아시스란 생각이 절로 든다.

가는 방법: MTR 다이아몬드 힐(Diamond Hill) 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입장료: 무료
* 공원 안 찻집은 어린이 입장이 안 된다.

글 | 박희정
문화칼럼니스트, 아츠앤컬쳐 홍콩특파원, 2006 미스코리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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