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메리 카셋(Mary Stevenson Cassatt)(1844~1926)은 미국 피츠버그 근처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이다. 그녀는 미국 출신이지만 프랑스로 귀화하여 50여 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였는데, 어릴 때부터 유럽 여행을 하며 프랑스, 독일 등에서 체류한 경험으로 다양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한다.
카셋은 필라델피아 미술 대학에서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그 당시 카셋은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누드 드로잉 수업을 받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의과대학의 해부학 수업을 듣기도 하였다. 카셋은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자 하는 열망에 부모를 설득해 1866년 파리로 떠난다.
이후 카셋은 인상주의자와 교류하며 영향을 받았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인상주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화풍은 색조가 밝고 붓 터치가 자유로우며, 일상적인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시대상이 깃든 주제들을 주로 담아냈다.
카셋이 주로 선택한 주제는 유복한 가정에서의 여성의 삶과 모성애가 깃든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묘사였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유대감이 강조되는 모녀(母女)가 자주 등장하였다. 카셋은 일생동안 모녀상 시리즈 작업에 몰두하였는데,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그녀의 조카들이었다. 카셋의 모녀상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상으로 어머니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런 모녀상과는 달리 카셋의 작품 <푸른 안락의자의 소녀(The Child's Bath)>(1893)는 어머니가 부재한 상태에서 소녀를 독립적인 개인으로 표현하고 있는 독특한 주제이다. 어린 소녀의 나이 때는 보통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이 그림에서는 부모의 모습은 배제되어 있다. 대신 여자아이가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림은 넓은 공간에서 어린아이의 시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옆 의자에는 강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카셋은 보수적인 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을 벗어나서 여자로서의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심리를 여자 아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카셋의 조카들은 자신이 카셋의 그림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동의했을까? 또한 성년이 되어서 자신이 주인공인 이 그림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최근 보호자가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아동의 사진·정보 등을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등에 공유하여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맥이 맞닿는다. 통신기기를 사용하며 자란 N세대(Net Generation)들이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게 되면서 소셜 미디어를 포함하여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육아 정보를 나누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자녀의 사진과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행위를 쉐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부르는데, ‘공유하다’라는 뜻의 쉐어(Share)와 ‘육아’를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쉐어런팅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처음 사용되어 2013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콜린스 사전에서는 쉐어런팅을 ‘자녀의 소식이나 사진을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쉐어런팅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부모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글의 형태로 자녀에 관한 많은 양의 자세한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림으로써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일 것이다.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이 현재 존재하지는 않지만,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에 관한 결정에는 아동의 인권 및 개인정보 보호 등에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이해해볼 수 있는 다음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일기란 개인의 하루하루의 경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로서, 주관적 사유와 양심을 내용으로 하는 내면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며 공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한편, 초등학교에서는 일기 작성의 습관화, 생활 반성, 쓰기 능력의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일기를 작성하게 하고 일기장을 관행적으로 검사해 왔으며, 일기검사를 통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도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아동의 일기장을 검사할 경우, 아동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생활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여 일기를 작성하게 되어 자유로운 사적 활동 영위를 방해받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아동이 교사의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아동의 양심 형성에 교사 등이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될 우려가 크고 아동 스스로도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 등 내면의 내용이 검사 내지 평가될 것이라는 불안을 제거하기 어려워 솔직한 서술을 사전에 억제하게 될 수 있다.
아동 자신이 공개를 목적으로 일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학교가 아동에게 일기를 작성하게 하여 이를 검사하고 나아가 시상할 경우(실제 시상하는 학교가 많았음), 이러한 공개를 아동 본인의 자발적 동의와 선택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초등학교 일기검사의 교육적 목적으로 제시되는 일기 작성의 습관화와 생활 반성, 글짓기 능력 향상 등을 살펴볼 때 소중한 삶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아동기에 일기 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은 유익할 것이고 생활 반성을 통해 좋은 습관을 형성하도록 할 교육적 필요성도 인정된다. 그러나 일기검사는 일기가 아동에게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적 의미로서가 아닌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되도록 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일기 쓰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글짓기 능력 향상 등은 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작문 등을 통해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기장 검사 관행을 검토하였고, 이에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 및 평가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 및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를 개선하고, 초등학교의 일기쓰기 교육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변호사 / 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