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25년 11월의 16일간은 한국 클래식 음악사에 매우 대단했던 기간이었다. 11월 5~6일 서울 9일 부산 로열 암스테르담 헤보우(RCO), 7~9일 서울 베를린필, 19~20일 서울 빈필 등 단 16일간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며 클래식 팬들을 기쁘게 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입장권은 매표 1분 내 매진 사례로 이어졌다. 2025년 3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의미 중 가장 특별한 것은 RCO의 부산 공연이었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3대 오케스트라 중 부산이라는 도시를 찾은 것은 이번 RCO 연주가 최초였기 때문이다.
RCO 부산 연주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은 당연히 그곳에 RCO가 연주하기에 충분히 어울릴 만한 아름다운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콘서트홀은 5개월여 전인 2025년 6월 21일 베토벤 제9교향곡 ‘합창’을 연주하며 문을 열었다. 2011석 규모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큰 전문 콘서트홀이며, 4,406개의 파이프들을 갖춘 독일제 파이프오르간을 30억의 예산을 들여 설치함으로 현재까지 서울 예술의전당보다 더 전문적인 공연장이 되었다.
부산시가 부산항 바닷가에 3,11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스노헤타가 설계한 멋진 오페라하우스도 2026년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 시 불이 환히 켜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부산항과 부산 앞바다의 풍광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게 될 것이다. 스노헤타는 특히 오페라하우스 설명서에 “방문객들이 지붕 위에서 걷는 것을 허용”할 것임을 명기하여 부산의 명물이자 핫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가 슬로건으로 내걸은 ’클래식 부산‘에 한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다. 부산의 클래식을 향한 빠른 보폭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 베를린필은 2025년 내한 연주에서 우리나라 클래식 연주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예술의전당에서 3일간 계속 마라톤 연주를 한 것이다. 베를린필은 198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로 최초의 내한 공연을 가진 이래 2025년까지 총 45년간 총 8차례 방문했다. 평균 5.625년에 한번이다. 베를린필은 이번에 3회 연속 연주회를 하고 모두 매진시켰으며, 한국 연주에 이어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일본에서 4차례 연주를 가졌다.
2년 전인 2023년의 경우 베를린필은 한국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2회, 일본 도쿄 산토리홀에서는 무려 5회 연주를 가졌다. 여기에 오사카, 나고야, 다카마쓰, 히메지, 가와사키 등 5개 도시를 추가함으로 총 10회의 일본 연주를 가졌다. 일본이 도쿄에서 5회의 산토리홀 연주회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도쿄가 아닌 도시에서도 추가로 5회를 연주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저력이다. 아직 우리의 갈 길이 멀다.
이제 우리도 베를린필 부산콘서트홀 하루 연주로 세계 3대 오케스트라 클래식 지방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방 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서울에서만 클래식, 문화, 경제를 모두 주도하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다.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전주 등이 일본의 오사카, 나고야, 다카마쓰, 히메지, 가와사키 등과 클래식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베를린필 2025년 11월 서울 공연의 경우 가장 비싼 R석은 550,000원, 가장 싼 합창석 C석은 110,000원이었다. 사실 가장 비싼 2층 R석의 경우 지휘자의 등만 보인다. 눈이 좋은 사람의 경우에도 물리적 거리가 있어 연주자 표정까지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저렴한 합창석은 연주자는 물론 지휘자의 섬세한 동작과 음악적 해석을 읽을 수 있어 가장 저렴하지만 가장 좋은 자리이기도 하다. 베를린필 포함 세계 3대 연주회에서 음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C석 관람을 위해 부산, 광주, 대구 등 대도시의 클래식 팬들이 몰려든다면 이들 도시는 문화 선진 도시, 외국인이 찾아오는 도시, 매력적인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