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 1917~2009)는 1917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채즈포드(Chad's Ford)에서 화가이자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웰 컨버스 와이어스(N.C. Wyeth)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둘러싸여 자랐다. 까다로운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웠는데, 앤드류 와이어스는 어릴 때 매우 연약하여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1937년 뉴욕에서 첫 번째 수채화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미국 지방주의(Regionalism)의 대표적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인물과 풍경을 그리는 사실주의 묘사가 특징이다.
앤드류 와이어스는 메인(Maine)주의 쿠싱(Cushing)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주변 사람하고만 교류하며 지냈다. 그의 이웃 중에 크리스티나 올슨(1893~1968)은 종종 그의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질병으로 인하여 걸을 수 없는 하반신 마비 환자로 집 주위에서는 의자를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야외에서는 몸을 끌고 땅을 기어다녔다. 와이어스는 바람에 쓰러져있는 풀밭, 쓸쓸하고 먼 집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바랜 드레스 등을 통해 인간의 존재성, 삶의 투쟁, 인간의 외로움 등을 담아낸다. 이 그림이 바로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이다.
크리스티나 올슨은 그림에 묘사된 농가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걷는데 불편할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크리스티나의 세계>가 1948년에 그려지기 몇 년 전부터 점차 걷지를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원래 앤드류 와이어스가 자신의 작업실 창문으로 우연히 크리스티나 올슨이 블루베리를 따고 부모님의 무덤을 돌보기 위해 들판을 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앤드류 와이어스는 사실주의 화가 중 하나로 분류되지만 사실 <크리스티나의 세계>를 그릴 때 크리스티나는 55세였다. 그림 속 소녀는 크리스티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며, 앤드류 와이어스의 부인이 실제 모델이 되어서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사실 크리스티나가 무슨 병인지 그 내용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국내에는 소아마비를 앓은 것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다른 자료 등을 토대로 보면 “3세 때 감염으로 척추가 손상”된 것으로 이야기된다. 즉 뇌성마비,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성 관절염, 구루병, 또는 유전성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크리스티나는 20대 초반 병원에 입원한 것 이외에는 어떤 의료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녀는 “나는 절름발이이지 불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평하거나 말한 적도 별로 없다고 한다. 생전에 주변 사람들과 많은 편지 교류를 하였다고 하는데, 그녀는 어떤 글에도 자신의 건강 상태나 증상을 묘사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보호는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인권 신장 및 권리 보호를 위하여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연금법」,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많은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로 간주한다. 이처럼 장애를 사유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을 ‘직접차별’이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5조 제1항은 체육시설의 소유 관리자 및 체육활동을 주최 주관하는 기관이 장애인이 체육활동에 참여함에 있어서 장애를 사유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때 체육활동에 참여한다 함은 그 활동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것도 포함한다. 또한 이것은 체육활동에 부수되는 체육시설 내의 관련 서비스 및 설비에 대한 접근 이용도 포함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수영장은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유수영 프로그램에 등록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거부했다. 등록 거부 사유는 지체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의 자유수영을 방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거부는 장애를 사유로 한 불리한 대우로, 당해 사유가 정당하지 않은 한 장애를 사유로 한 직접차별에 해당한다. 수영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상기 수영장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이 대회를 관람하고자 하였으나 수영장 관람석의 구조상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관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불허는 장애를 사유로 한 불리한 대우로, 이는 그 사유가 정당하지 않은 한 장애를 사유로 한 직접차별에 해당한다.
간접차별은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간접차별이란 장애를 사유로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할 목적으로 어떤 체육활동 관련 기준 또는 정책 등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적용으로 인해 장애인을 체육활동의 참여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그 적용을 정당화할 사유가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때 문제되는 기준 또는 정책은 비록 그것이 장애에 대해 외견상 중립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사전에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체육시설은 자신의 체육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등록을 인터넷을 통해서만 하게 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외견상 장애인에게 중립적이지만, 즉 장애를 사유로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로 인해 인터넷에 접근하여 이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등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하거나 아예 등록을 포기하게 만드는 불리한 결과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등록하게 하는 정책은 체육활동 프로그램의 성질상 또는 체육시설 운영상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인바, 따라서 이는 간접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이것이 간접차별이라면 체육시설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등록하게 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장애인들도 쉽게 등록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