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inth Wave_Ivan Aivazovsky(1850)
The Ninth Wave_Ivan Aivazovsky(1850)

[아츠앤컬쳐] 이반 아이바조프스키(Ivan Konstantinovich Aivazovsky, 1817~1900)는 우크라이나 페오도시야(Feodosiya)에 있는 작은 마을의 가난한 아르메니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러시아인 화가이다. 아이바조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 미술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그의 능력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해군에서 군 복무를 하였는데, 배를 탄 군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바다 풍경과 해안 장면을 많이 그렸다. 그의 작품 절반 이상이 바다 그림인 만큼 바다에 관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아이바조프스키는 파도에서 빛나는 움직임을 묘사하는데 있어 환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아이바조프스키 그림들의 인상적인 점은 빛의 퍼짐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이바조프스키의 그림에서의 빛은 구름 뒤에서 퍼지기도 하며, 안개를 지나기도 한다.

그가 그린 「제9의 파도(The Ninth Wave)」는 말 그대로 빛과 색채의 향연(饗宴)이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모든 색이 이 그림 속에 넘쳐난다. 화면을 비스듬히 가르며 위쪽 하늘 부분은 붉은색 계열의 난색(暖色)이, 아래 쪽 바다 부분은 청록색 계열의 한색(寒色)이 강렬한 대비를 보인다. 화면 아래쪽 중앙에 힘겹게 떠 있는 난파한 배의 돛대가 없었다면, 이 그림은 하늘과 물이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룬 자연의 광시곡(狂詩曲)에 다름 아니다. 이 광시곡을 채우는 것은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엄청난 소음일 것이다. 사람 키를 넘는 거대한 파도가 시야를 가리고 광포하게 밀려들며 철썩거리는소리, 먹구름에 덮여 있는 하늘의 굉음, 배의 돛대를 부숴버리는 바람 소리가 관객들을 위태로운 생사의 기로에 선 난파선의 사람들과 공감각적으로 감정이입하게 한다. (권정임 ‘알렉세예프와 아이바조프스키: 돌과 물의 풍경화’, 슬라브硏究(2013) 참조)

The brig Mercury encounter after defeating twoTurkish ships_Ivan Aivazovsky(1848)
The brig Mercury encounter after defeating twoTurkish ships_Ivan Aivazovsky(1848)

 참고로 제목인 「제9의 파도」는 파도 중 가장 높은 파고(波高)를 지닌 파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와 같은 과학적인 기기를 갖춘 것도 아닌 옛 시대의 선원들은 그들만의 감각으로 폭풍우가 밀려드는 때의 불규칙한 파도를 몇 개의 단계로 구분했다. 일반적으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제3의 파도를, 로마 사람들은 제10의 파도를 가장 치명적인 파도로 간주하였고, 고대 선원들은 제9의 파도를 가장 치명적이라고 간주했다고 한다. 

이 그림에는 살아남은 몇몇 사람이 보인다. 부러진 돛대의 파편을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있는 네댓 명의 사람 중 한 명이 구조를 요청하는 붉은 천을 팔 위로 높이 쳐들었지만, 이 천은 광활한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서 초라할 정도로 작게 보인다. 그들은 제9의 파도를 견디고 살아남았지만, 이들이 앞으로도 구조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림에서는 구조에 대한 그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희망이 보인다. 아이바조프스키는 폭풍우 자체뿐만 아니라, 폭풍우가 휩쓸고 간 직후 한줄기 구원을 약속하는 듯한 빛을 품은 하늘의 표현에도 힘을 기울였다. 자연의 재앙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인간들을 위한 뜨거운 구원의 약속도 동일하게 강렬한 색채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 그림은 자연의 위력과 인간 사이의 전형적인 낭만적 대립을 보여주고 있으며, 통제할 길 없는 비이성적인 자연의 힘은 두렵지만 아름다우며, 인간 역시 그 엄청난 자연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그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으로 아름답다.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숭고미와 함께, 그 자연 앞에 선 인간의 투지를 동시에 느끼도록 한다.

Manoeuvres of the Black Sea Fleet in 1849_Ivan Aivazovsky(1886)
Manoeuvres of the Black Sea Fleet in 1849_Ivan Aivazovsky(1886)

바다에서의 법적 사건들을 해사(海事)라고 한다. 해사란 선박에 의하여 바다에서 전개되는 항해활동과 관련된 모든 일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해사(海事)’ 사건과 ‘해상(海商)’ 사건의 개념 차이를 엄격히 구별하지 않은 채, 대체적으로 바다와 관련된 상사 사건을 해사 사건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조차 ‘해사’ 전문재판부 또는 ‘해상’ 전문재판부라는 용어를 엄격한 개념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사’사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부산고등법원과 부산지방법원은 ‘해상’사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해사사건은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법률관계가 복잡하다. 또한 움직이는 선박이 중심이 되므로 선박의 압류나 압류의 해제와 같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해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법적 원칙이 존재한다.

먼저, 공동해손(general average)이라는 원칙이다. 공동해손이란 선박과 적하의 공동위험을 면하기 위해 선장이 행한 선박 또는 적하에 대한 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비용을 말한다. 즉, 해상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극복하기 위하여 선적된 물건을 바다에 모두 빠뜨려서 물건의 주인에게 손해를 야기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선박을 구하는 등으로 관련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으므로, 관련자들이 물건 주인의 손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이념에 근거한다. 과거 범선시대부터 유래하는 역사적 산물이다.

최근 과학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선박소유자가 직면하는 해상위험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해상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인해 공동해손은 오늘날까지도 존속하고 있다.

그리고 해난구조(salvage) 원칙이다. 해난구조란 계약상의 의무 없이 해상기업에 수반되는 의무로, 해상위험에 처한 선박 및 적하를 구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개념에 비추어 보면, 해난구조라고 하면 선박보다는 인명을 구조하는 것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해난구조는 해상화물 운송과정에서 위난에 조우한 항해선 또는 적하 그 밖의물건을 구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상법 제882조도 “항해선 또는 그 적하 그 밖의 물건이 어떠한 수면에서 위난에 조우한 경우에 의무 없이 이를 구조한 자는 그 결과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수상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관한 사항에 대해 우리 법은 해난구조와 구별하여 ‘수난구호’라는 별도의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참사 이후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정비작업의 일환으로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이 기존의 수난구호법을 대체하여 2016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