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nglois Bridge at Arles with Women Washing_Gogh(1888)
The Langlois Bridge at Arles with Women Washing_Gogh(1888)

[아츠앤컬쳐] 폴 카미유 기구(Paul Camille Guigou)는 짧은 생애 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을 묘사하는데 몰두했다. 기구는 주로 기름과 수채화를 이용하여 프로방스 풍경을 그렸다. 생전에 그는 인정을 받지 못하여 재정 문제로 항상 골치를 앓았다. 그는 37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그와 그의 작품은 대부분 잊혀졌다가 20세기 초 파리 마르세유 전시회에서 다시 재조명되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특하게 그는 빨래하는 여인이라는 주제에 일찍부터 심취했다. 그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Lavandiere)>(1860)는 프로방스 지방의 전원생활의 특징을 하나의 사회적 유형으로 발전시켰다. 햇빛을 한 몸에 받으면서 나무통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등을 보이고 있는 여인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Lavandiere_Paul Guigou(1860)
Lavandiere_Paul Guigou(1860)

인상파 그룹의 한 사람으로서 빛나는 색채표현을 전개했던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는 수많은 여성을 화폭에 담으면서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화가다. 특히 르누아르는 삶의 불안과 절망을 보여주기보다는 행복한 삶을 그리기를 좋아했고,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쾌한 일상의 삶을 그리던 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빨래하는 여인(The Laundress)>(1877년부터 1879년 사이로 추정)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세탁물 옆에 서 있는 여성은 1874년부터 1880년 사이에 현대 생활 장면을 그리기 위한 정기적으로 고용한 전문 모델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젊은 여성의 알 수 없는 표정이 그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그녀에게는 노동에 대한 힘듦 내지는 사회적인 억압이 보이지는 않는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주로 남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도 마찬가지다. <빨래하는 여인들이 있는 아를의 랑글루아 다리(The Langlois Bridge at Arles with Women Washing)>(1888)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다리 아래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들 때문일 것이다. 고흐는 랑글루아 다리에 접근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일하는 현지 여인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 여인들은 당시의 여인들을 그린 다른 그림들과 달리 뱃놀이를 하지도 않고, 예쁜 드레스에 양산을 들고 있지도 않다.

The Laundress_Renoir(between 1877 and 1879)
The Laundress_Renoir(between 1877 and 1879)

그런데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를 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허용되고 있을까? 먼저 ‘세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조문을 찾아보면,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관련 내용이 있음이 확인된다. 자연공원법 제29조에 따르면 공원사업의 시행이나 자연공원의 보전ㆍ이용ㆍ보안 및 그 밖의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공원구역에서의 일부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에 동법 시행령에서는 “자연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계곡에서 목욕 또는 세탁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내용을 보면 ‘계곡’에서만 세탁이 금지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세탁이라는 용어로는 명확히 확인이 어렵다. 관련 법령을 하나씩 검토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질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危害)를 예방하고 하천ㆍ호소(湖沼) 등 공공수역의 물환경을 적정하게 관리ㆍ보전함으로써 국민이 그 혜택을 널리 향유하고 미래의 세대에 물환경을 물려줄 목적으로 물환경보전법이 제정되어 있다.

물환경이란 사람의 생활과 생물의 생육에 관계되는 물의 질 및 공공수역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수생태계(水生態系)를 총칭하는 말이다. 물환경보전법 제15조제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하천ㆍ호소에서 자동차를 세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서는 ‘자동차 세차’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는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자연공원법에서는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물 등을 폐수배출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폐수배출시설을 갖추지 않고 공공수역(강, 호수 등)으로 이를 배출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여기서 수질오염물질이란 무엇일까? 수질오염물질이 무엇인지는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2에 나열되어 있다. 그중 제12호가 “세제류”이다. 즉, 세제를 사용한 빨래를 하는 경우에는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물을 갖추지 않고 무단으로 폐수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세제를 사용하지 않은 빨래라면 사실상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별표2에서 제7호가 “부유물질”이다. 물에 녹지 않고 뜨는 물질인 부유(浮游)물질이 세제 없이 빨래를 하면서 발생한다면 이 또한 수질오염물질이 된다.

앞선 자연공원법과 물환경보전법에서 각각 ‘계곡에서의 세탁’과 ‘자동차의 세차’를 금지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이다. 즉, 어떠한 형태이든 세탁이나 세차는 모두 금지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두 행위는 세제를 사용하는지 여부, 부유물질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모두 떠나 그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빨래의 경우에는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 강가나 호숫가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은 되나, 빨래의 부산물이 사실상 부유물질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포섭될 수 있으므로, 사실상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는 적절치 못한 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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