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여명기로부터 시작된 이 유대감은 두렵고도 폭력적인 전사들인 롬바르드족이 파다나에 등장했을 때 탄생했다. 6세기 당시는 이탈리아 전체가 비잔틴 제국으로 더 알려진 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롱고바르디로 불리던 긴 금발의 수염을 지닌 사람들이 북부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을 정복하고, 그 안에 자치 왕국을 건설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베네티아와 히스트리아(Venetia et Histria)”는 오늘날 베네토,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및 이스트리아(현 크로아티아)를 포함하는 로마 지방의 이름이었다. 기독교의 확언으로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중심지인 아퀼레이아가 주교좌로 선택되었지만, 403년의 침략으로 대다수의 위대한 부분들을 잃게 되었다.

AD 52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제국의 재건법과 함께 서로마 제국에 속한 영토들에 대해 새롭고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의 의도는 사람들을 야만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지역을 정당한 소유자들인 동 로마인, 즉 비잔틴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서기 569년, 수많은 난민들이 라구나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을 떠났다.

 

당시는 영구적인 이양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후 그것은 사실이 되었다. 베네치아를 이룬 사람들은 대개 생선을 팔고, 소금을 수확하며 살았던 가난한 어부 집단이었다. 이곳은 비잔틴 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했기에 그들은 라구나 북쪽 지역의 섬들을 점령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섬이 토르첼로였다.

토르첼로는 육지와의 근접성 때문에 고대 본토와 더 쉽게 이동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로 인해 베네토의 라구나에 위치한 토르첼로 섬에서 최초의 비잔틴 예술의 정착지를 엿볼 수 있다. 토르첼로는 인근 베네치아의 지배로 쇠퇴할 때까지 라구나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번영한 정착지 중 하나였다. 이곳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페리로 연결된다. 오늘날은 수십 명이 거주하는 채소밭 섬이지만, 1,500년 전 베네치아 문명의 요람이었으며, 야만인의 침입을 피해 섬으로 이주한 본토 사람들로 생명력 넘치는 라구나의 최초 정착지였다.

 

토르첼로는 7~10세기 사이 가장 큰 발전을 이루었고, 무역이 번영하며 약 2만 명의 주민을 거느렸다. 오늘날 많은 귀족의 궁전들, 다양한 성당과 수도원 중에서, 단 몇몇 만이 기념물로 남아있다. 여기엔 639년에 지어진 산타 마리아 아순타 성당이 포함되는데, 11, 12세기의 비잔틴 로마네스크 모자이크와 라구나 전체를 대표하는 11세기의 종탑과 함께이다.

이 성당은 1000년경 현재의 형태로 재건되었는데, 독특한 특징은 판석으로 만들어진 대형 창문들이다. 정문에 해당하는 서쪽 벽 내부는 최후의 심판을 나타내는 상당한 크기의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로 채워져 있으며, 밑에는 무라노의 산타 마리아와 도나토 대성당 제단의 후진(後陣)에도 모습을 보이는 ‘기도하는 성모’가 있는데, 비잔틴 베네치아 스타일의 가장 중요한 예이다.

또 다른 중요한 건물은 열주가 있는 산타 포스카 성당인데 이곳은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보다 더 큰 단지의 일부이다. 건물의 원래 모습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비잔틴 제국에 널리 퍼진 토르첼로의 종교단지 모델을 기준으로 그 기능들을 유추할 수 있다. 건물의 외부는 5면이 있는 열주로 둘러싸여 있으며, 아치는 비잔틴 건축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기둥들로 받쳐져 있다.

신성한 두 건물 근처의 공간에는 한때 정부의 소재지였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변모한 14세기 의회 궁전이 있다. 토르첼로 섬은 인근의 다른 섬들과 함께 아드리아해를 향한 베네치아 무역의 교두보 역할을 했으며, 수천 명의 주민과 함께 중세 베네치아 공국의 주요 양모 가공 센터를 구성했다.

15세기부터 라구나 지역의 늪지와 지속적인 역병(1348~1500년)으로 인한 해로운 기운은 토르첼로 섬의 점진적인 쇠퇴를 초래했다. 걷잡을 수 없는 쇠퇴로 많은 건물들은 파괴되거나 혹은 무라노를 비롯한 신(新) 베네치아의 개발에 사용될 벽돌과 건축 자재로 제공되기 위해 해체되었다. 이로써 베네치아의 가장 흥미로운 예술의 역사는 끝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산마르코 대성당으로 대변될 새로운 베네치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토르첼로는 베네치아 문명의 탄생에 대한 빛나는 증거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원한 섬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마법의 장소인 베네치아 라구나에 잠긴 매혹적인 장소이다.

수천 년을 건너서도 우리는 오늘날의 토르첼로에 머물러있다. 사람들은 1948년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현재 유럽에서 가장 특별하고 값비싼 로칸다 치프리아니(Locanda Cipriani)를 선택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토르첼로의 로칸다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마크 샤갈,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를 위시한 위대한 예술가들의 거주지이자 영감의 장소였다.

 

번역 | 길한나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글 | 로베르토 파시Basera Roberto Pasi
Journalist, Doctorate Degree University of Siena(Literature, Philosophy, History of Art with honors) Study at Freiheit Univerisität Berlin Facilitator at Osho Resort, Poona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