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rtur Rutkowski
photo by Artur Rutkowski

 

[아츠앤컬쳐]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 지방은 전통적으로 향신료로 유명하다. 주요 도시 중 하나의 이름이 ‘라 스페치아’(향신료라는 뜻)이며, 지역 자체가 리구리아해를 두텁게 감싸고 있는 해안이라는 사실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14세기 이래로 상선들은 이곳에서 비단, 금과 같이 향신료도 주요 물품으로 교역하였다. 향신료는 신선한 허브와 말린 뿌리, 씨앗, 베리, 과일 등이다.

유명한 바질 페스토는 잣, 마늘, 그리고 파르미지아노와 현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이 신선한 바질 잎과 혼합된 것이다. 고대의 요리도 잘 전해지지만 바질 페스토 레시피는 비교적 최근의 19세기에서 유래하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대의 요리사 죠반니 바티스타 라토가 쓴 책에 언급되어 있다. 그는 레시피에서 실제로 버터(오일 대신)와 네덜란드 치즈(파르미지아노 대신)를 쓰고 있다. 두 번째는 프라 언덕(최상의 바질이 자라는 리구리아의 특정 지역)에서 수도원의 신부가 신자들이 기증한 여러 가지 재료를 무작위로 섞어 만들었다는 전설이다.

정확한 기원과 무관하지만 오늘날 바질 페스토는 고기, 생선 등에 풍미를 더하는 데 사용되는 “아기아타”(마늘 소스)라는 중세 소스가 발전된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마늘은 아랍-페르시아의 음식 관행뿐만 아니라 마늘이 선원들에게 치료 향신료가 된다는 사실에 의해 제노바(리구리아 수도) 요리에 주로 쓰였다.

그러나 마늘의 적극적 사용은 점점 이탈리아에서 매력을 잃어왔고 요즘 신세대 이탈리아인들은 마늘을 소화하기 힘들어 한다. 이탈리아에서 소스는 주로 라자냐 또는 트로피(짧은 파스타의 독특한 모양)와 같은 파스타 요리에 사용되지만 스테이크, 수프 등과 같은 다른 요리에서도 때때로 좋은 효과를 낸다.

좋은 페스토를 구하거나 집에서 만드는 것은 쉽지만, 우수한 정통 요리를 하는 것은매우 어렵다. 실제로 후자는 리구리아 지역에서 특별한 바질을 발견했을 때만 가능하다. 크기가 작을수록 풍미가 좋은 잎이다. 아쉽게도 리구리아 밖의 이탈리아인과 전 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보통’ 바질 잎으로 페스토를 만들기 때문에 정통의 맛을 볼 수 없다.

이것만이 훌륭한 정통 페스토를 먹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재료를 절구로 빻는 대신 전기 블렌더를 사용하는데, 금속 블레이드를 쓰면 실제로 바질 잎이 칙칙해지고 쓴 맛이 난다.

매장에서 병에 담긴 페스토 소스를 구입해보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최고의 브랜드에조차도 맛을 결정적으로 손상시키는 산도 보정제가 들어 있다. 페스토는 신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바질 잎은 열에 약하다. 40초 이상 고온과 접촉하면 신선한 맛의 의미있는 부분을 잃을 수 있다. 이것이 페스토를 요리하거나 볶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바질 페스토에서도 모든 소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응용 및 사용자 제조가 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생마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에 포함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잣과 호두 또는 말린 과일 비슷한 것(분명히 더 저렴한)을 섞는다. 파르미지아노에 염소치즈를 첨가하여 보다 공격적이고 매운 맛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는 정통의 우수한 바질 페스토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좋은 품질의 바질 페스토를 제공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거의 없다. 바질 페스토는 대부분 치킨페스토 샌드위치, 버거 등 미국식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글 | 조반니 탐부리니 Giovanni Tamburrini
이탈리아 레스토랑 BRER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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