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에서 1600년 사이, 이 놀라운 3세기 동안 이탈리아 예술사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조토(Giotto), 레오나르도(Leonardo), 티치아노(Tiziano), 카라바죠(Caravaggio), 미켈란젤로(Michelangelo) 그리고 라파엘로(Raffaello)였다. 물론 이들보다 덜 알려졌으나 매우 중요한 화가들도 많았다. 이들은 그림의 개념을 구현했는데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예술사와 서양 문명의 역사가 모두 달라졌을 것이다. 올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사망 500주년이다.

라파엘로는 1483년 우르비노에서 태어났고, 1520년 37세의 나이로 로마에서 죽었다. 라파엘로의 인생과 예술의 여정은 이탈리아 르네상스기의 세 개의 주요 도시인 우르비노와 피렌체, 로마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1348년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50%를 멸망시킨 후였다. 라파엘로에 대한 설명은 몇 권의 책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그의 주요 작품들로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데 아마도 자신이 몸담았던 황실의 가십거리와 소문들에 대해 얘기하길 꺼려하던 그의 습성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라파엘로의 예술은 수학적 인본주의의 요람인 우르비노 시에서 이루어졌으며, 특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는 라파엘로가 영향을 받은 위대한 대가 중 한 명이었다. 결국 피에로 스타일의 한계는 라파엘로에 의해 극복되었으며 이는 움브리아 화가 페루지노(Perugino)의 가르침을 통한 조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라파엘로는 이 위대한 두 대가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라파엘로는 극도로 합리화된 공간적 감각을 습득했고, 특별히 페루지노를 통해 고대 예술로 다가서며 고전적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라파엘로 양식의 고전성과 공간감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첫 작품은 <아테네학당(Scuola di Atene)>이며, 이는 불과 26세의 나이인 1509~1511년 사이에 그려졌다. 이 작품은 바티칸의 중요한소장품들 중 하나로서 사도궁 안에 위치한 네 개의 방 중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에 그려졌다. 작품에서 화가는 거대한 고전적 아치 구조 아래 고대 철학자들의 회담을 묘사했다. 그는 설득력 있는 표현과 몸짓을 뒤섞어 사상의 역사를 표현하기를 원했으며, 지혜의 대 장면을 연출하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완벽한 조화와 기하학을 혼합했다. 결과적으로 이 프레스코화는 르네상스 고전주의의 정점이 되었다.

로마로 떠나기 전 라파엘로는 페루자와 피렌체에서 머무르며 연구했다. 피렌체는 근본적으로 그의 화풍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으며,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최신 작품들뿐 아니라 15세기 소재들에 대한 깊은 연구를 가능케 했다. 그는 미켈란젤로로부터 풍부한 색감과 형상의 역동성을 배웠으며, 다빈치로부터 유연한 공간구조와 집단 형태의 구성 체계를 배웠다. 이로 암시와 상징의 복잡함을 뛰어넘어 자발적이며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사고의 무한성에 도달했다.

피렌체의 작품들은 전적으로 그의 예술성에 정복된 개인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이 성모나 성인 가문들을 그린 중간 크기의 작은 작품들이었으며, 몇몇 강렬한 초상화들도 있었다. 이 작품들에서 라파엘로는 자연스러움, 조화, 풍부한 색채감 그리고 지역의 전형적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며, 항상 새로운 배치와 자세들을 찾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다.

1508년 말, 로마의 부름은 라파엘로에게 삶을 바꿀만한 큰 도약을 하게 만들었다. 당시의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바티칸을 비롯한 도심의 예술적 갱신을 위해 대대적 작업을 시작했다. 교황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로마로 집결시켰으며, 이 중에는 위대한 미켈란젤로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만든 최고의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Donato Bramante)가 있었다.

이때 고작 25살의 라파엘로는 피렌체의 몇몇 작품들을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로마에 도착했다. 1508년,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를 위해 발판에 처음 올랐고, 라파엘로 또한 서명의 방의 작업을 시작했다. 이 방은 당시 400권 이상의 보물 장서들로 가득 찬 교황의 개인 도서관이었다. 라파엘로는 여기에 인문학의 가장 풍요로운 정신을 표현하길 원했고, <아테네 학당>을 통해 계몽주의 교황의 위대한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브라만테의 건축과 피렌체의 신플라토닉적 철학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성당은 비로소 동일한 공간에서 신과 인간의 생각을 통합할 수 있었다. 라파엘로의 작품에는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지구를 향해 손을 잡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화가가 표현한 단순한 두 동작은 놀랍게도 전 서구와 현대 사회의 두 가지 철학적 이념을 요약한다. 이 작품으로 26세의 라파엘로는 더 이상 도달하기 어려운 정점에서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오로지 부와 명성만을 쌓았다.

라파엘로는 37세가 되던 해 질병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15일 후 사망했다. 그의 전기 작가가 언급한 대로, 성병으로 짐작되는 ‘과다한 사랑의 병’은 위대한 한 명의 예술가뿐 아니라 르네상스의 고전성을 종결시켰다. 오늘날 라파엘로는 과거의 신들과 왕들, 이탈리아를 빛낸 예술가들이 장사된 고대 로마의 판테온에 묻혀있다. 그의 무덤에는 이와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라파엘로가 여기 누워있다. 그가 살았을 때 자연은 정복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그가 죽은 지금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번역 | 길한나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글 | 로베르토 파시 Basera Roberto Pasi
Journalist, Doctorate Degree University of Siena(Literature, Philosophy, History of Art with honors), Study at Freiheit Univerisität Berlin, Facilitator at Osho Resort, Poona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