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유럽과 세계사의 변천기인 1700년대에 태어난 미술가 까날레또의 본명은 조반니 안토니오 까날(Giovanni Antonio Canal, 1697~1768)이다. 역사적으로 현대로의 전환기이며 루이 14세의 긴 통치 말기와 위대한 군주제의 위기로 시작하여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으로 끝나는 시기이다. 바로 이 시기에 계몽주의가 탄생하여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영국에서 발생하여 프랑스와 독일에 전파된 이 사상은 부분적으로 이탈리아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칸트와 볼테르, 몬테스키외와 루소 등 위대한 인물들의 평등, 자유, 형제애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가 설립되는 중에 있었다. 계몽주의자들은 합리성을 지향했으며 자연의 모방보다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형태를 분석하기 시작하였고, 예술 또한 합리성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이에 환상적 효과를 위해 호사스러운 배경이 선호되었던 바로크와 로코코가 조금씩 모습을 감추었고, 순수한 아름다움과 도덕성과 같은 새로운 가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고전적 원형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치들은 추후 신고전주의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까날레또는 아마도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베네치아 화가일 것이다. 1700년대에 도시 생활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베두티스모(Vedutismo: 지형학적 풍경주의)라는 새로운 화풍이 탄생했다. 이는 더 이상 개별적 주제에 중점을 둔 예술이 아니라 화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도시나 인물을 그린 풍경 회화이며, 인물 중심이 아닌 풍경 중심의 그림이다. 물론 이전에도 풍경이 사용되었지만 단지 배경으로서였으며 그 중심에는 늘 인물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까날레또와 함께 풍경과 관점, 자연 혹은 도시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그림의 중심에 놓였다.

까날레또는 베네치아의 부유한 무대 미술가 가문에서 태어났다. 화가인 그의 아버지와 구별하기 위해 까날레또(작은 까날)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는 그의 키가 매우 작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예술가 가문에서 자라난 그는 19세부터 아버지와 형과 함께 무대의 배경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중엔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 무대도 포함되었다.

2년 후 까날레또는 로마로 떠나 네덜란드의 위대한 베두티스모 화가 가스파르 판 비텔(Gaspar van Vittel)을 만나게 된다. 당대의 화풍을 주도하던 그와의 만남은 까날레또의 전 미술 활동에 큰 영향을 남기게 된다.

베네치아로 다시 돌아온 까날레또는 베두티스모 화가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풍경화에 전념하게 되며, 드디어 1723년 서명된 두 초기작이 탄생하는데 이 중 <리알토에서 본 대운하(ll Canal Grande verso Rialto)>는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놀라운 능력과 기술로 말미암아 까날레또는 곧 베네치아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 중 한 사람이 되어 중요한 스폰서를 찾고 명성을 얻게 된다.

18세기 베네치아는 그랜드 투어를 수행하는 영국의 귀족 자제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상도시였다.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은 까날레또는 영국 고객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당시 극장 매니저이자 아일랜드 예술상인 오웬 맥스위니(Owen McSwiny)의 지원을 통해 영국 고객들과 연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셉 스미스(Joseph Smith)와의 만남은 그의 예술적 경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스미스는 매우 부유한 미술 수집가로 1744~1760년 사이 베네치아의 영국 영사관이기도 했고, 까날레또와 영국 수집가들 사이의 중요한 중개자가 되어 주었다. 관계 초기부터 스미스는 가장 부유한 고객이자 후원자였으며, 까날레또는 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작품을 상당수 창작했다.

이후 스미스는 고객보다는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당시 자료에 따르면 스미스의 역할은 고객과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는 까날레또의 성격이 온화하거나 친절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스미스의 활동은 30대 후반에 정점에 도달하며 이로 수많은 영국 귀족들과 부자들이 앞을 다투어 까날레또에게 자신들의 성과 집을 장식할 그림을 요구했다. 이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해진 그는 영국 런던으로 이사하고 중요한 후원자도 만난다. 런던에서 약 10년간을 거주하며 그는 더욱 부유해졌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들을 제작했고, 이후 베네치아로 돌아와 1768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 위대한 화가의 기술을 감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데 이는 그의 초기작 중 많은 작품들이 당시의 습관과 달리 ‘실물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간단한 스케치 후 작업실에서 작품을 재작업하여 완성한 까날레또의 작품들은 놀라운 정밀성으로 여느 그림과도 구별되었다. 장면 또한 매우 상세한데 이는 그가 휴대용 카메라 옵스쿠라로 작업하여 장면의 이미지를 자신의 스투디오에서 재작업했기 때문이다. 마치 카메라와 같이 과녁 또는 작은 구멍을 통과한 이미지가 거울에 반사되어 투명한 표면에 투사되면 그는 시트 위에 그림을 복사하여 사용하였다. 사실상 까날레또의 그림은 여러 부분의 풍경이 서로 완벽한 조화로 재현된 일종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풍경화를 차가운 복제품으로 간주할 수 없는데 이는 그림 속 따뜻한 빛의 감성과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까날레또는 놀라운 투시의 기술과 함께 표현하려는 장면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더 많은 관점을 제기하며, 풍경의 새로운 시각을 감상자에게 제공한다. 그가 그린 일상생활의 장면과 그 이야기들은 묘사된 풍경에 비해 소소하며, 그림 속 완벽한 절대적 아름다움과 조화는 그를 신고전주의의 첫 번째 위대한 화가로 일컫게 한다.

까날레또와 그의 화풍으로부터 베두티스티(vedutisti)라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화가들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그의 그림은 지형적 표현에 관한 건축과 자연의 결합뿐만 아니라 신중한 대기의 묘사, 매 순간 정확한 조명 조건 그리고 과학적 객관성의 기준에서 말미암은 조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는 분명 계몽주의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번역 | 길한나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글 | 로베르토 파시 Basera Roberto Pasi
Journalist, Doctorate Degree University of Siena(Literature, Philosophy, History of Art with honors), Study at Freiheit Unverisität Berlin, Manager at Osho Resort, Poona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