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로 저항하고 흥겨움으로 기억하다
[아츠앤컬쳐] “관따나메라~ 과히라 관따나메라~ 관따나메라~ 과히라 관따나메라~!”
고물 자동차라도 손수 몰고 바다로 달리고 싶은 날엔 어김없이 이 노래가 떠오른다. 이런 날은 핸들을 타악기 삼아 실컷 두들기며 푸른 바다를 향해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목청 다해 ‘관따나메라’를 부르다 보면 마음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쿠바의 시골 해안에 도착해있다.
“나는 진실한 남자라오, 야자수가 우거진 마을 출신이랍니다. 원하는 건 오로지 죽기 전 영혼의 시를 나누는 것. 관타나모의 여인, 시골 아가씨여! 나의 시는 신선한 녹색이자 불타는 진홍색이라오. 또 나의 시는 피난처를 찾는 상처 입은 사슴이라오. 관타나모의 여인, 시골 아가씨여!”
마치 관타나모의 여인이 된 듯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문득 호세 마르띠가 생각난다. 어머니의 치마폭에 싸여있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나이부터 벌써 조국을 위해 시를 쓰고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그. 자신의 전 생애를 쿠바의 독립에 헌신한 남자 호세 마르띠.
관따나메라는 호세 마르띠의 시집 ‘소박한 시(Versos Sencillos)’에서 발췌한 구절에 ‘과히라 쏜(Guajira Son)’의 대가 호세이또 페르난데스(Joseíto Fernández)가 곡을 붙인 노래이다. 1929년에 작곡된 이 곡은 60년대 유명 그룹이던 샌드파이퍼스(Sandpipers)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이때 열강들의 소유권 분쟁으로 불운의 역사를 겪은 쿠바인들의 희생도 함께 조명되었다. 실상 이 곡엔 슬픔을 노래하는 쿠바인들의 정서가 담겨있으며 온건한 미소의 저항정신이 살아있다. 노래에 사용된 전통적인 ‘과히라’ 형식은 차랑가, 아바네라, 볼레로, 룸바, 맘모, 차차 등 유로와 아프로 쿠반 음악들이 뒤섞인 혼혈음악 특유의 정취와 함께 다시 한번 쿠바인의 애환을 떠오르게 한다.
관따나메라는 대표적인 ‘과히라 쏜’으로 알려져 있는데, 먼저 ‘과히라’는 단어가 내포하듯 시골풍의 민요로, 주로 전원의 향수나 낭만적 사랑을 주제로 하며 1930년대 가수 겸 기타리스트인 뽀르따발레스(Guillermo Portabales)의 인기와 더불어 전통적인 가요로 격상되었다.
여기에 아프리카 리듬과 스페인의 선율이 용해된 쿠바 특유의 노래 ‘쏜’의 의미가 더해져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전통 장르로 자리 잡는다.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의 종주국답게 수많은 음악 장르를 탄생시키며 다양한 타악기들과 열정적인 춤이 더해진 복합 양식을 발전시킨다.
무엇보다 쿠바의 ‘쏜’에는 트레스(Tres)라는 악기 반주가 일품인데 이는 클래식 기타와 비슷한 모양에 겹줄의 3묶음인 6줄로 되어 명료하고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트레스 연주자인 트레세로(tresero)들은 마라카스, 클라베, 봉고 등을 연주하는 타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쿠바의 골목과 해안을 누비며 낭만적인 음악으로 쿠바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다.
그래서 쿠바를 여행한 사람들은 황혼이 질 무렵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마시던 모히토(Mojito) 한잔을 들고 ‘쏜’을 감상하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쿠바의 어촌 마을 코히마르(Cojimar)를 자신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로 삼기도 했으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핑카비히아(Finca La Vigia)에 머물며 낚시와 소설에 빠져 살았다고 전해진다.
쿠바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하며 이국적이고도 자연적인 감흥을 마음속 깊이 전달한다. 이는 험난한 역사 속에서도 음악 안에 눈물과 기쁨을 쏟아놓으며 생을 소중히 사랑하던 쿠바인들의 정서가 흐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쿠바의 노래들은 헤밍웨이가 사랑하던 코히마르에도, 호세 마르띠가 안장된 씨엔푸에고스(Cienfuegos)에도, 그리고 그곳과는 멀지만 바다를 향해 무작정 달리는 누군가에게도 항상 선물과도 같은 감흥을 선사한다. 어쩌면 관따나메라를 부르며 바다를 달리는 순간마다 우리는 헤밍웨이와 호세 마르띠뿐 아니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쿠바와 만나게 될 듯하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