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자들 (앞줄 가운데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그 오른쪽이 정명훈)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자들 (앞줄 가운데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그 오른쪽이 정명훈)

[아츠앤컬쳐] …바로 ‘1974년 현재 서울시향의 지휘자 정명훈이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을 했다’ 라는 내용인데, 당시 경연에서 모스크바 태생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1위로, 정명훈이 2위로 입상했음을 바로 잡는다…

19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콩쿠르 1위 없는 2위 입상’ 소식은 대한민국 국민을 놀라게 했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그 당시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이루어졌었다. 그런데 최근 ‘1위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모스크바 태생으로, 최근 몇 해째 우리나라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기도 한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1위 수상자였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직접 카퍼레이드 행사를 기획했던 현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모 일간지 칼럼에서, 자신의 저서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에 썼던 내용이 잘못됐다며 위와 같이 정정했다. 거의 40년이 지나서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엄청난 차이가 있다. 1등 없는 2등이 마치 1등이나 마찬가지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콩쿠르에서 2위 입상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1등과 2등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단지 1등이 없었다고 누군가가 불필요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당시 1등을 했던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정명훈보다 2살 이상 더 어렸었다. 그 시절엔 소련이 적성국가였기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고 일반 국민들은 정부나 언론이 발표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명훈과 그의 가족들은 1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침묵했는지 궁금하다. ‘영웅은 태어나는 게 아니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본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한때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역임했던 브레즈네프의 사위였다. 1979년에 소련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5년간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 정치적 압박을 받았으며 연주활동이 금지되는 곤욕을 치르다가 활동을 재개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지금 스위스에서 살면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달아서 내한공연을 갖고 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연주를 예술의전당에서 직접 봤었는데 지금도 그의 피아노 연주력은 정말 대단하다. 5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이 기다려진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올레tv 클래식 프로그램 ‘프롬나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