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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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나는 500파운드의 암퇘지 옆에 누워 있었다. 나의 오른쪽 허벅지에서 동물의 부드러운 하복부의 온기를 느꼈다. 나는 내 허벅지가 돼지의 복부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돼지가 자신의 배로 나의 허벅지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두 개의 다른 종의 피부가 접촉한다. 돼지와 인간의 ‘몸’이다. 어루만지고 밀착시키는 행위를 통해 돼지와 인간의 피부가 만나고 뒤섞이며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된다. 이탈리아의 큐레이터인 레아 베르지네(Lea Vergine)는 “표현의 수단으로 몸을 선택한 것은 억압되어있는 어떤 것을 다루기 위한 시도이고 이것은 몸을 둘러싼 모든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관련된 외적인 체험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김미루 작가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개인적인 실재인 자신의 ‘몸’을 사용했다. 스스로 알몸(naked)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직접 사진의 프레임(Frame) 안으로 들어가 ‘돼지’들과 그들의 포즈로 함께 눕고, 자고, 만지고, 교감한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은 미화된 ‘누드(nude)’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알몸(naked body)’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타자(他者)화하고 자신의 피부를 오브제로 등장시켜 대상화시키는 자와 대상화된 것을 하나로 만들어 보여준다.

N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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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세르(Michel Serres)의 감각철학(philosophy of the senses)은 김미루 작가의 작업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중심 개념(Concept)이다. 세르는 신체감각에서 분리된 현대 지식의 황폐함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 출발점은 ‘감각’이며 그것은 과학언어로 모두 설명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감각과 지성이 연결될 때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성립된다는 뜻이다. 작가는 경험과 사물이 언어, 숫자와 같은 기호로 대체되고 있는 오늘날의 기호문명으로부터 ‘감각의 권리’를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경험을 기호로 대체한 문명에 대하여 감각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작가는 ‘피부’와 ‘돼지’ 그리고 타자화된 자신의 ‘알몸’을 작품의 중심코드로 사용했다.

중량과 면적, 어느 모로 보나 인체의 모든 기관 중 가장 큰 기관인 피부는 모낭, 기름샘, 땀샘, 신경수용체와 많은 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신체의 중요한 보호막으로서 촉각, 냉각, 온각, 압각, 통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담당하고 있는 가장 민감한 기관이다. 내부와 외부 사이에 위치한 피부는 내부의 몸과 외부세계가 만나는 만남의 장소로서 우리의 지각을 형성하고 있다. 작품 속 인간과 돼지 사이에 놓인 피부는 양자 간 경계가 아니라 양자를 결합시키는 매체가 된다. 접촉된 피부에 의해 인간과 세계의 분리, 주체와 객체의 분리는 사라지고 촉각적 교감으로서 자기 자신을 세계로서 발견하고 세계를 자신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돼지는 불결함, 탐욕과 게으름으로 대표되고 이슬람교와 유대교에서는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 돼지는 십이지 중 열두 번째 동물로서 ‘복’을 상징하며 예로부터 제사의 희생제물로 신에게 바쳐져 온 신성한 동물이다. 한자로 집 가(家)자는 지붕(宀) 아래 돼지(豕)가 살고 있는 형상으로 표기되는데 이것은 돼지가 독사의 천적이므로 석기시대부터 사람과 함께 동거해 온 것을 반영한 것으로서, 고대 중국에서 돼지는 ‘안전’과 ‘평안’의 메타포(Metaphor)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미루 작가는 돼지의 생리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고, 장기를 이식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인간친화적이라는 점과 돼지를 ‘가족’으로 바라보는 동양의 관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위해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써 매년(每年) 미국인구의 네 배에 해당하는 12억 마리의 돼지가 희생되어 온 점에 주목하고 기꺼이 돼지 울타리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타액과 배설물 위에 몸을 던져 돼지의 거친 피부와 교감한다. 우리는 이제, 그녀의 사진 프레임(Frame) 안에서 새로운 의미의오브제로서 돼지와 인간의 분리된 피부가 발산하고 있는 아우라(Aura)를 목도(目睹)하게 될 것이다.

2005년 이후부터 파격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미국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아르테 프랑스(ARTE France) 등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재미작가 김미루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딸로서 미국 매사추세츠 스톤험(Stoneham, Massachusetts)에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프랑스어 낭만주의 문학을, 플랫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현재 뉴욕을 거점으로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독일, 터키, 폴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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