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예술가 후원은 대한민국에서 요즘 꽤 뜨거운 개념이다.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는 오래된 것 같은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예술가에겐 가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화려한 예술계에서의 성공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그것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1등이 아니면 굶는다며 음대로의 진학을 극구 말리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시간이 지나고 더 뼈저리게 느껴지곤 했었다.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직업 음악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물론 동네의 음유시인이라는 전설의 타이틀이 남아있지만, 부업 정도였
[아츠앤컬쳐] 아랍권은, 유럽인들에게는 Middle east(중동)로 불리며 동양으로 분류된다. 한국, 중국 일본 같은 진짜 동양 국가들은 Far east(극동)로 부르며 크게 보면 동쪽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버린다. 그래서 월드컵 축구 경기 예선전을 보면 우리는 중동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이번에 손흥민 이강인 불화 사태로 난리가 난 축구 시합 역시 ‘카타르 아시안 컵’으로 불리면서 이란, 요르단, 카타르와 같이 시합하는 걸 보면 FIFA에서 아시아는 그냥 몽땅 다 같이 묶어버리는데, 아직도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거기
[아츠앤컬쳐] 오페라의 본격적인 대중화에 불을 당긴 작곡가는 이탈리아의 몬테베르디였다. 그는 만토바를 중심으로 곤차가 가문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다 마리아 메디치와 프랑스 국왕 앙리 4세의 결혼식을 기념해 올려진 야코포 페리의 오페라 ‘유리디체[Euridice]’를 보고는 충격받아 ‘오르페오[Orfeo]’라는 대형 블록버스터 오페라를 작곡해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말년에는 가톨릭 신부가 되어 베니스로 활동 무대를 옮겨 정착했다.그런데 무역항으로 유럽의 돈을 긁어모으던 베니스 사람들은 좀 더 화려하고 특별한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했다. 돈
[아츠앤컬쳐] 2024년이 무슨 띠인가 봤더니 용띠해다. 지인들 가운데 용띠들이 유독 많다. 게다가 모두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존재감이 커서 그런지 눈에 띄는 것 같기도 하다. 2년에 한 번씩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찾는 여행을 기획해 다녀오는데 13년 동안 같이 했던 해외여행 중에는 거의 비가 오질 않았다. 농담처럼 용띠 회원들의 숫자가 많고 워낙 기가 세서 그렇다고 주장할 정도로 자존감이 강한 분들이다. 그분들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인데 그 성격은 과연 타고나는 건지 아니면 학습되
[아츠앤컬쳐] 영국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비즈니스는 템스강 남쪽에 허가되었기에 강을 건너와 즐겨야 했다. 당시 몇 개 안 되는 템스강의 다리는 어마어마하게 혼잡했고 온갖 잡상인들이 판치는 시장이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글로브극장 역시 강남에 있어 오락거리를 원하던 대중들은 물밀듯 강남으로 몰려들었다. 오페라의 인기가 대륙에 비해 늦게 일어났던 은 연극 제작이 더 활발해서 헨델이 런던으로 넘어와 오페라의 붐이 시작되기 전까지 런던의 중심에 있는 킹스 씨어터 역시 연극이 주로 올라갔었다.셰익스피어가 글로브극장을 운영하던 시대에는 당연
[아츠앤컬쳐] 내년 6월에 진행할 유럽 오페라 여행 준비를 위해 거의 20년만에 독일을 방문하면서 결심을 하나 했다. 유학 시절 주머니 사정 때문에 못 해본 관광명소 입장과 가이드 투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것저것 모두 신청하다 보면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간접경험보다는 직접 눈으로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그 유명한 괴테가 현실 생활에 지쳐 이탈리아로 도망가 어린 시절부터 책으로만 보아오던 멋진 건축물들과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행복해했던 것처럼 젊은 시절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그
[아츠앤컬쳐]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남녀 사이에 발생 되는 사건 사고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형태를 보여준다. 정상적인 사람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상상 속에서 벌어질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면서 순진한 멘탈의 소유자들은 그런 이야기만으로도 꿈에 나타났을 것 같다며 트라우마 시달린다. 예를 들어 극한 경우, 헤어진 여자 친구 집에 쳐들어가서 온 가족에게 칼부림 끝에 가족 구성원 전원 살인한다든가 남편에게 약을 먹이다 먹이다 실패해서 계곡까지 데리고 가서 살해하는 등 하드코어 공포물에서나 등장하는 일들이 현실에서 거침없이
[아츠앤컬쳐] 가방끈 긴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변화에 남들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한다. 배고파 뭐라도 배달시키려면 배달 앱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해졌다. 전화하면 앱으로 주문하시라고 안내한다. 앱을 설치하고 배달시키다 보면 쿠폰이 날라오곤 해서 좋아라 주문하다가 갑자기 쿠폰 살포가 끝나면 쿠폰 없는 주문은 왠지 손해 본 것 같아 열심히 2천 원짜리 쿠폰을 찾아 다른 경쟁 배달 앱들까지 여러 개 설치해가며 쿠폰을 찾아 삼만 리 하느라 식사 시간이 지나버리기도 한다.쿠폰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야 하니 시
[아츠앤컬쳐] 이탈리아 지도는 축구에 진심인 나라 아니랄까 봐 공을 차는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지도에서 공에 해당하는 섬이 그 유명한 시칠리아섬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듯 이곳은 마피아 본거지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중 한 장면을 보자. 마씨모 극장에 오페라 ¹가 오른다. 주인공 콜리오네(알파치노 役)의 아들이 테너 주인공 뚜리두 역할을 맡아 노래한다. 아들의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극장을 찾은 콜리오네는 관람을
[아츠앤컬쳐] 얼마 전 칼럼에서 바그너(1813~1883)와 니체(1844~1900)의 앙숙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 둘 모두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곡가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오케스트라 호른 주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바그너의 오페라에 확 빠져버렸다.그의 아버지는 바그너의 음악 스타일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궁정 오케스트라 단원이었기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그너의 공연에 연주자로 참석해야 했다. 바그너도 역시 건방진 호른 연주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
[아츠앤컬쳐] 개인 취향이나 최신 업데이트된 개인사는 타인으로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무엇을 선물해야 하는지도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데 타인의 취향 저격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분위기 파악 능력이라고들 하는데 가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의 안부를 묻다가 냉랭해진 주변 분위기에 아차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더듬이 레이더 센서가 무뎌졌을 때는 어디를 가던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다.이런 사항은 사랑하는 둘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콘텐츠가 올라와 눌러보면 남녀 사이에 부부 사이에 이상한
[아츠앤컬쳐] 인간의 육체적 능력이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리 고민을 해도 넘어서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인간은 이런 한계에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가끔 처음부터 특정 분야에 특별한 선천적 재능을 받고 태어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의 한계를 쉽게 넘어서는 경우를 보곤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천재들끼리 모아놓으면 그 안에서도 등급이 또 나눠진다. 서울대 학생의 최대 콤플렉스가 학점 콤플렉스라고 한다. 동네에서 1등만 하던 학생들이 모인 곳에서도 등수가 나뉘는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자칫하
[아츠앤컬쳐] 얼마 전 괌을 방문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괌은 한때 스페인영국 일본의 지배를 거쳐 현재 미국령이고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기에 상점들 여기저기 군인 할인 표시가 눈에 띈다. 도시의 모습은 흡사 대한민국의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과 필리핀의 시골 같은 모습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이다. 물론 새로 만들어진 쇼핑센터는 세계 여느 도시와 비슷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차를 타고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낙후된 느낌도 받는다.섬이 작다 보니 팬데믹의 영향이 지역 주민의 삶 자체를 위협했던 모습에서 아직 완벽하게
[아츠앤컬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는 왕립 오페라 극장과 그에 속한 로열 오페라라는 단체가 있다. 베르사유 궁전 로열 오페라 극장은 1685년 건립됐으며, 베르사유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1770년 전속 악단으로 창단됐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오페라 극장은 연회와 토론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1957년 오페라 극장의 원형이 복원된 이후 바로크 오페라를 중심으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베르사유궁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베르사유의 행사 리스트에 상당 부분을 이 로열 오페라가 담당하고 있고 궁전과 극장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연 100회
[아츠앤컬쳐] 2023년 토끼해라고 하는데 용, 호랑이, 소 뭐 이런 동물에 비해 임팩트가 약한 느낌이다. 그래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아쉬우니 토끼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좀 살펴보려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를 들고 다니며 늦었다고 계속 뛰어다니는 토끼가 바로 생각났다. 현대인들에 가장 인상 깊이 남아있는 동화 속 토끼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 어린 시절 보면서도 ‘맞아, 우린 모두 시간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최근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토끼 경찰관 캐릭터도 훌륭하지만
[아츠앤컬쳐] 월드컵이 끝났다. 오랜만에 대한민국 대표팀도 심장 쫄깃해지는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며 극적으로 16강에 올라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다. 국제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늘어나 그런지 유럽이나 남미 축구에 비해 답답했던 과거의 한국 축구 스타일과 많이 달라진 인상을 받았다. 역시 큰물에서 놀아야 크게 성장한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전후반으로 승부를 가르지 못해 연장전까지 치르고도 3대3 동점, 결국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팀이 결정됐다. 아르헨티나가 과거
[아츠앤컬쳐] 최근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요란하게 스쳐 갔다. 하룻밤을 위해 소공동 롯데호텔의 400개 객실을 통으로 빌렸단다. 전용기 14대로 가구까지 가져왔고 식기는 한국에서 사서 하루 쓰고 버리고 갔다. 또한 호텔을 둘러싼 개인 경호원들이 얼핏 봐도 미국 대통령 내한보다 한층 삼엄한 철통 보안을 펼쳤다.한국에 40조 이상의 경제적 투자 효과를 예상한다는 뉴스와 함께 시간이 별로 없다며 재벌 총수 여덟 명을 한꺼번에 불러놓고 차세대 개발사업 네옴 시티에서 무슨
[아츠앤컬쳐] TV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 ⑲ 표시가 보인다. 한 때는 영화관 입장 단계부터 19세 이하 관람불가 작품을 어떻게 하든 먼저 보려는 호기심 가득한 청소년들의 성인 코스프레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이 일어나곤 했다. 지금은 19금이라고 하면 기획 단계부터 성인용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검열대상인 X등급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 미국영화협회가 검열과 상영 등급 지정을 위해 ‘헤이스 코드(Hays Code)’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다.이후 잔인함, 폭력성, 선정성 등 다양한 검열
[아츠앤컬쳐] 1876년 8월 바이로이트, 바그너는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2세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시작한 바이로이트 오페라 페스티벌의 총연습을 마쳤다. 공연을 본 귀빈들을 위한 파티에 참석한 한 젊은이는 그동안 자신이 존경하고 숭배하던 바그너를 바라보며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에 파티장을 빠져나왔다.이날 이후 젊은이는 전 생애를 바쳐 바그너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저격수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위로를 받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세상에 던진
[아츠앤컬쳐]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단순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에게는 전보다 정밀하고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숙련된 고급 기술의 영역은 이후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현대의 이른바 ‘프로페셔널’의 세계가 되었다. 이 전문가들은 산업혁명을 거치며 이제는 상식이 된 ‘분업(分業)’의 개념에서 탄생했다. 내가 맡은 분야만 철저하게 해낸다는 개념.반면 산업혁명 이전의 인간 노동은 지금보다 더 복합적이고 여러 분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우리 교과서 속 위인들은 하나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